김민석, 민주당 새 대표… 당청 안정·통합 시험대

정치
김민석, 민주당 새 대표… 당청 안정·통합 시험대
호남서 54.08%로 승기 확보
민생·확장·유능 ABC 청사진
계파 갈등 봉합 지도력 관건
  • 입력 : 2026. 08.20(목) 17:42
  • 서은선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마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지난 17일 제3회 더불어민주당 정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새 당 대표로 김민석 의원이 선출됐다.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4선의 김 대표는 ‘당정 일치’를 앞세워 정청래 전 대표를 꺾었다. 정부와 여당의 엇박자를 줄이고 국정 동력을 되살려 달라는 당심이 힘을 실어준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과 민생 불안, 전당대회에서 깊어진 계파 갈등까지 풀어야 해 당선의 기쁨보다 짊어진 책임이 더 무겁다.

호남이 가른 막판 승부

김 대표는 지난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제3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최종 54.08%를 얻어 45.92%에 그친 정 전 대표를 8.16%포인트 차로 눌렀다. 서울 영등포을이 지역구인 김 대표는 올해 62세로, 앞으로 2년간 거대 여당을 이끈다.

이번 선거는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한 ‘1인 1표제’를 처음 적용했다. 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후보별 차순위 표를 더하는 선호투표제로 당선자를 정했다. 별도의 결선투표를 다시 치른 것은 아니다. 첫 집계에서 과반에 못 미친 김 대표는 3위 송영길 후보 지지자의 차순위 표가 더해지며 승리를 확정했다. 선호표 합산 뒤 김 대표는 대의원 투표 66.69%, 권리당원 투표 55.94%로 앞섰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49.30%로 정 전 대표의 50.70%에 뒤졌다.

승부처는 전체 권리당원의 약 3분의 1이 몰린 호남이었다. 경선 초반 두 후보의 격차는 1∼2%포인트에 머물렀다. 김 대표는 지난 15일 호남권 투표에서 57.54%를 얻어 정 전 대표의 32.65%를 24.89%포인트 앞섰다. 누적 격차도 1.48%포인트에서 14.07%포인트로 벌어졌다. 이어 지난 16일 서울·경기에서는 46.66% 대 46.28%로 근소하게 이기며 흐름을 지켰다.

호남 표심에는 당청 안정에 대한 요구와 지역 발전 기대가 함께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광주에서 출마를 선언하며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묶은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를 당이 전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남권 반도체 생산기지와 전력·용수 기반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호남 지지에 답하는 첫 시험이 될 전망이다.

‘수평 협력’으로 국정 뒷받침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을 바꾸겠다”며 언어와 정책, 태도와 문화를 모두 바꾸겠다고 밝혔다. 당청 관계는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전면 협력의 창조적 수평 관계”로 규정했다. 대통령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데 머물지 않고, 민심을 정부에 전하며 정책을 함께 다듬겠다는 뜻이다.

18일 첫 당청 상견례에서도 이 기조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의 축하 난을 들고 국회를 찾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 대표는 서로 포옹하며 ‘원팀’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벽이 없는 원팀으로 소통하겠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청와대와 정부에 전해 국정이 안정적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도 정부가 당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겠다고 화답했다.

협력의 성패는 정책 결과로 판가름 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7일 전국 성인 2514명을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3.3%였다. 이 조사는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응답률은 4.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세제 개편과 검찰 수사권 조정 논란, 폭염과 경제 불안이 겹친 상황이다. 김 대표에게는 정부 정책을 무조건 감싸기보다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만드는 조정력이 요구된다. 당의 단합을 앞세워 정부에 필요한 쓴소리까지 접는다면 수평적 협력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ABC로 내건 민생 중심 변화

김 대표는 당 쇄신 구상으로 ‘ABC 플랜’을 제시했다. A는 먹고사는 문제와 생활비를 다루는 민생 정치, B는 더 크고 넓게 지지층을 모으는 확장 정치, C는 실력으로 문제를 푸는 유능한 정치를 뜻한다. 강한 말로 지지층만 결집하는 정당을 넘어 중도층과 생활 현장으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당선 뒤 첫 행보도 민생 현장으로 잡았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난 경남 거제 옥포동을 찾았다. 피해 현장과 이재민 임시 거처를 살핀 뒤 “새벽부터 밤까지 민생을 지키는 여당이 되겠다”고 했다. 말보다 현장을 앞세운 출발이지만, 수해 복구와 보상 같은 실제 결과까지 이끌어야 메시지에 힘이 실린다.

앞으로 부동산과 주식시장 안정, 검찰개혁 마무리, 개헌 논의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2027년 4월 강릉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새 지도부에 대한 첫 평가대다. 이어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승리하려면 ‘친명’ 지지층을 지키면서도 중도와 무당층을 끌어오는 덧셈 정치가 필요하다.

한 지붕 두 계파, 공존이 관건

당내 화합은 더 급한 숙제다.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정청래·송영길 후보와 함께 뛰겠다며 두 사람을 차례로 끌어안았다. 선거가 끝난 뒤 경쟁자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오간 거친 공방과 지지층 사이의 앙금은 포옹 한 번으로 사라지기 어렵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에는 최민희·박선원·서미화·이성윤·한민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최민희·이성윤·한민수 의원을 친정청래계, 박선원·서미화 의원을 친이재명계로 분류한다. 대표는 친명계지만 최고위원 다수는 친청계로 묶이는 구조다. 이들이 사안마다 한목소리를 내면 지도부 안에서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가 지명직 인선으로 수적 우위를 만드는 데만 힘을 쏟으면 갈등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른 목소리를 막기보다 토론 뒤 하나의 결론을 만들고 책임을 함께 지는 운영이 필요하다. 당청의 안정도, 당내 통합도 결국 민생 성과가 있어야 오래간다. 김민석 체제의 성패는 ‘친명 대표’라는 꼬리표를 넘어 국민 앞에서 유능한 집권당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