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순천대 공동안 난항…국립의대 오늘 분수령

교육
목포대·순천대 공동안 난항…국립의대 오늘 분수령
대학별 자료 내고 합의 난항
불발 땐 설립방식 변경 건의
의대 100명 놓고 경북과 경쟁
  • 입력 : 2026. 08.21(금) 10:02
  • 김예영 기자
기자회견 하는 전남광주 서부권 정·관·시민단체. [사진=목포시]
옛 전남 첫 국립의과대학 신설을 위한 마지막 관문에서 국립목포대와 국립순천대가 한 장의 공동안을 만들지 못한 채 정부 제출 마감일인 20일을 맞았다. 두 대학은 지난 1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서로 다른 의대·교육병원 추진 자료를 냈다. 통합특별시는 목포대 자료를 접수했지만 의대와 병원을 순천에 두겠다고 명시한 순천대 자료는 반려했다. 정부가 요구한 것은 두 대학의 통합과 입지 합의를 전제로 한 공동계획서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접점을 찾지 못하면 통합특별시는 지자체 의견서만 낸 뒤 정부에 의대 설립방식 변경을 건의할 방침이다.

하나여야 할 계획, 둘로 갈려

정부는 지난 6일 통합특별시와 두 대학에 공문을 보내 20일 오후 6시까지 지역 의대 신설 추진계획서를 내라고 요청했다. 오는 2030학년도부터 신입생 100명을 뽑을 국립의대 후보 권역은 경북과 옛 전남이다. 두 곳에 각각 정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골라 100명을 배정하는 경쟁이다.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을 전제로 의대와 교육병원 위치까지 합의해 공동안을 내야 한다. 정부는 해당 시·도 국립대의 의대 설립과 한 대학·한 병원, 의대와 병원의 지리적 근접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계획이 미흡하면 어느 곳도 선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계획서는 의대 신설 필요성과 신청 정원, 추진 체계, 교육시설·교육병원·교원 확보, 지자체 지원 등 9개 항목으로 짜였다. 통합특별시는 두 대학에 지난 18일까지 자료를 내도록 했다. 목포대는 입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신설 필요성과 정원, 지자체 지원 등 공통 항목을 중심으로 작성하고 의대와 병원 위치는 비워뒀다. 순천대는 9개 항목을 모두 채우면서 의대와 교육병원을 순천에 두겠다고 적었다. 통합특별시는 합의 없이 한 지역을 특정한 자료를 반영할 수 없다며 순천대에 유감을 표하고 반려했다. 두 자료는 대학들이 교육부에 낸 최종 신청서가 아니라 통합특별시가 정부 제출안을 만들기 위해 받은 대학별 의견이다.

첫 합의 뒤에도 비워둔 입지

두 대학은 지난 2024년 11월 15일 대학 통합과 통합의대 추진에 합의했다. 동등한 조건으로 통합하고 동부권과 서부권 주민의 의료 기본권을 함께 보장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의대 소재지는 정하지 않은 채 결정을 뒤로 미뤘다.
정부가 한 대학·한 병원과 지리적 근접성을 심사 기준으로 내놓으면서 미뤄둔 문제가 정면으로 돌아왔다. 민형배 특별시장 측은 지난달 통합대학 본부와 의대를 목포에 두고 순천에 500병상 규모 병원을 먼저 세운 뒤 목포권에도 병원을 확충하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목포대는 받아들였지만 순천대는 동부권에 의대와 본부가 없는 편향된 안이라며 거부했다.
목포대는 다시 본부를 순천에, 의대를 목포에 두고 동·서부권 병원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냈다. 순천대는 의대와 주된 병원을 순천에 두고 본부와 추가 병원을 목포에 배치하는 안으로 맞섰다. 두 대학은 지난달 20일과 27일, 지난 2일과 6일 잇따라 만났고 지난 14일에는 민 시장과 두 총장이 다시 마주 앉았다. 그러나 서로 의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만 확인했다.

정치권 가세에 좁아진 협상 공간

대학의 입지 다툼은 정치권과 시민사회로 번졌다. 지난 18일 순천권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청와대 앞에서 순천대 의대와 동부권 대학병원 설립을 요구했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에서 삭발했다. 여수·순천·광양시의회도 동부권의 인구와 산업·응급의료 수요를 입지 결정에 반영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은 같은 날 두 대학에 각각 의대를 두고 10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급 대학병원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정부가 마련한 정원 100명과 한 대학·한 병원 원칙을 바꿔야 가능한 정치적 제안으로 확정된 대안은 아니다.
지역마다 의료 공백을 호소할 근거는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자기 지역 유치만 외칠수록 두 총장이 물러설 공간은 줄어든다. 어느 한쪽의 승리를 앞세우면 공동 신청의 틀도 깨진다. 양쪽을 살리겠다며 시작한 통합이 동·서부권 모두 의대를 잃게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진보당, 순천대·목포대 의대·종합병원 동시 설립 주장. [사진=진보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

마감 뒤 설립방식 변경 건의

경북은 국립경국대를 중심으로 의대와 500병상 규모 부속병원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반면 전남광주는 대학과 병원 위치는 물론 시설과 교원 확보 방안도 한 문서에 담지 못했다. 공동안을 내지 못한다고 정원 100명이 곧바로 경북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성된 단일 계획으로 심사를 준비한 경북보다 불리해질 가능성은 커진다.
통합특별시는 마감 전까지 두 대학이 합의하면 대학들과 공동계획서를 제출한다.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 의대 신설 필요성과 정원, 지자체 지원 등 합의 가능한 항목을 담은 지자체 의견서만 낼 계획이다. 의대와 병원 위치 등 핵심 항목은 빠질 수밖에 없다. 위치를 비우면 실행계획이 부족하고 한쪽 입지만 적으면 공동 합의가 빠지는 딜레마다.
통합특별시는 마감 이후 교육부 등을 상대로 의대 설립방식 변경도 건의하기로 했다. 당장 목포대나 순천대의 단독 공모를 허용해 달라고 특정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두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현재 방식 자체를 바꿔 달라는 취지다. 정부가 받아들이면 단독 공모나 한 대학을 평가해 선정하는 후속 절차가 열릴 수 있지만 현재 교육부가 제시한 공식 절차는 아니다.
통합특별시 관계자는 “의대 없는 지역에 의대를 세운다는 국정과제에는 전남의 열악한 의료 현실이 반영돼 있다”며 “대학 통합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의대 설립 가능성을 계속 살피겠다”고 말했다.
20일은 단순한 서류 마감일이 아니다. 지난 30년 넘게 이어진 지역의 염원을 살릴지, 입지 경쟁 속에서 놓칠지를 가르는 시한이다. 공동안이 불발되면 정부가 통합 전제 원칙을 바꿀지가 새로운 분수령이 된다. 마지막 책임은 두 대학과 통합특별시, 지역 이익을 넘어 결단해야 할 정치권 모두에 있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