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당선 직후 축하 행사를 뒤로하고 집중호우 피해가 난 경남 거제로 향했다. 수락 연설에서는 민생·확장·유능을 담은 ‘ABC 플랜’을 꺼냈다.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의 언어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활비와 집값, 일자리 문제를 붙잡겠다는 뜻이라면 반길 일이다.
그러나 ‘이재명과 함께’가 대통령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정치여서는 안 된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3.0%로 같은 기관 조사 중 취임 후 가장 낮았다. 부동산 세제 개편 혼선과 청년 주거 논란 등으로 정책 신뢰가 흔들린 결과다. 이때 필요한 여당 대표는 청와대의 확성기가 아니라 민심의 경보장치다. 대통령에게 듣기 좋은 말만 전하는 것은 충성이 아니라 국정 실패를 재촉하는 일이다.
당내 통합도 말보다 행동이 먼저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3명이 친정청래계로 분류된다. 김 대표가 지명직 인선으로 친명계의 수적 우위부터 만들려 한다면 전당대회의 상처는 더 깊어진다. 정청래·송영길 후보 측 인사에게도 정책과 당무의 책임을 맡기고, 이견이 공개 토론을 거쳐 결론에 이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반대 목소리를 제거한 정당은 단결한 정당이 아니라 멈춰 선 정당이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는 권력이 아니라 빚이다.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로 이어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예산과 법률, 기업 투자로 연결하지 못하면 약속은 선거용 구호로 남는다. 오는 2028년 총선의 공천권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국민의 삶이다.
김 대표가 이 대통령과 함께 가는 길은 분명해야 한다. 잘한 정책은 속도를 높이고, 잘못된 정책은 먼저 멈춰 세우며, 당내 다른 목소리까지 국정의 힘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통령과 가까운 대표일수록 더 솔직해야 한다. 김민석 체제의 성공은 대통령을 얼마나 잘 지켰느냐가 아니라, 국민을 얼마나 제대로 지켰느냐로 평가받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