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락, 공감대화 바꿔 폭염 현장으로

화순
임지락, 공감대화 바꿔 폭염 현장으로
13개 읍면 쉼터 운영 점검
도로 살수차 논밭 급수 전환
관정·양수기·굴착기 지원강화
  • 입력 : 2026. 08.24(월) 08:56
  • 김예영 기자
1. 화순군, 가뭄 대응 살수차 운영(능주면 가뭄 현장방문) (1)
화순군의 지난 8월 행정 일정은 무더위가 바꿨다. 임지락 화순군수는 주민을 한곳에 모으는 ‘군민과의 공감대화’를 하루 만에 찾아가는 방식으로 돌렸다. 경로당과 논밭을 직접 찾아 사람의 안전을 살핀 뒤 도로 열기를 낮추던 살수차를 농업용수 공급에 투입했다. 관정과 양수기까지 함께 묶었다. 폭염과 가뭄을 따로 보지 않고 주민의 생명과 농사를 함께 지켜야 할 재난으로 다룬 것이다. 새 사업을 기다리기보다 손에 든 장비와 조직을 먼저 움직인 ‘전환형 행정’이다. 행정의 무게중심도 행사 운영에서 주민 안전으로, 도로 관리에서 농작물 피해 방지로 옮겼다.

주민 모으지 않고 군수가 찾았다

화순군은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13개 읍·면을 도는 ‘2026 군민과의 공감대화’를 열 계획이었다. 민선 9기 군정 방향을 설명하고 주민의 정책 제안을 듣는 자리였다. 하지만 지난 1일 오후 1시 폭염경보가 내려진 뒤에도 무더위가 이어졌다. 주민이 행사장으로 오가는 과정에서 온열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임 군수는 지난 3일 일정만 예정대로 진행하고 지난 4일부터 형식을 바꿨다. 주민을 불러 모으는 대신 군수가 경로당과 무더위쉼터, 농업·작업 현장으로 찾아갔다. 대화의 문을 닫은 것이 아니라 대화가 이뤄지는 장소를 바꾼 셈이다.
지난 4일에는 무더위쉼터로 쓰이는 한계1리·동가2리 경로당과 여름철 이용객이 많은 동가리 숲속유원지를 찾았다. 지난 12일에는 주도3리·벽라1리·만연2리 마을회관과 교리·광덕리 무더위쉼터를 둘러봤다. 냉방기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쉼터가 제때 문을 여는지 확인하고 어르신과 취약계층의 안부도 물었다. 주민 불편과 사업 건의도 그 자리에서 들었다.
군은 무더위쉼터에서 힐링 노래교실과 여름나기 떡케이크 만들기 수업도 운영했다. 주민이 더운 시간에 냉방 공간을 찾고 오래 머물도록 해 쉼터 이용을 늘리고 온열질환을 막으려는 조치다. 쉼터를 단순한 대피 장소가 아니라 이웃과 함께 쉬는 생활 공간으로 바꾼 것이다.
임 군수는 “공감대화도 중요하지만 군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해진 행사를 지키는 것보다 위험에 맞춰 행정 방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는 뜻이다.

사람부터 지킨 생활 방어망

화순에서는 지난 5월 17일과 지난 7월 26·27일, 지난 8월 2일에 온열질환자가 1명씩 발생했다. 지난 2일까지 확인된 환자는 모두 4명이다. 특히 고령 농업인은 체온을 조절하는 힘이 약해 열사병과 열탈진이 심해질 위험이 크다.
군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농작업을 가급적 멈추고, 20~30분마다 물을 마시도록 알렸다. 혼자보다 두 명 이상이 함께 일하고 어지럼증이나 두통, 근육 경련이 나타나면 곧바로 그늘로 옮기도록 했다. 의식이 흐려지는 등 열사병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지난 10일에는 농업인과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일하는 곳을 찾아 휴식 공간과 작업 환경을 점검했다. 물과 휴식을 자주 챙기고 가장 더운 시간에는 일을 피하도록 안내했으며 응급 상황에 쓸 구급약품도 전달했다.
하늘에서는 폭염드론예찰단이 움직였다.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카메라와 확성기를 단 드론이 농경지를 돌며 한낮에 일하는 농민에게 야외 활동을 멈추라고 알렸다. 넓은 논밭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업자까지 빠르게 찾기 위한 조치다. 경고 문자를 보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위험한 일을 실제로 멈추게 하는 안전망이다.

도로의 물차가 논밭으로

폭염이 길어지자 사람을 지키는 대응은 작물을 살리는 급수로 넓어졌다. 화순군은 지난 18일 폭염 대응용으로 확보한 살수차를 농업용수 공급에 긴급 투입했다. 주민안전과가 13개 읍·면의 가뭄 정도와 물 부족 상황을 파악하고, 피해가 심하거나 급수가 시급한 곳부터 차를 보낸다.
새 장비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미 있는 장비의 쓰임을 바꿨다. 장비를 따로 구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물은 더 빨리 논밭에 닿게 했다. 같은 날 임 군수는 능주면 가뭄 현장을 찾아 살수차 운영 상황과 농작물 피해를 살폈다.
이에 앞서 동면은 지난 13일 논바닥이 갈라지고 밭작물이 시들기 시작한 천덕리 일대에 살수차를 먼저 보냈다. 읍·면별 피해가 다른 만큼 모든 곳에 똑같이 나누는 방식보다 급한 곳을 먼저 살리는 배분이 중요하다. 살수차 전환은 도로의 온도를 낮추던 재난 장비를 농촌의 물 부족을 막는 장비로 넓혀 쓴 사례다.
1-1. 화순군 동면 천덕리 농경지에 살수차를 투입해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모습 (1)

물길과 기술까지 한 묶음

화순군은 지난 11일 관련 부서장과 13개 읍·면장이 참여한 폭염·가뭄 상황대응 판단회의를 열었다. 지난 7월 기준 강수량은 지난 2025년 같은 기간보다 320㎜ 줄었고, 저수율은 평년의 71%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저수지에 물이 71% 차 있다는 뜻이 아니라 평년 저수율과 비교한 비율이다.
군이 관리하는 농업용 저수지 117곳의 지난 4일 평균 저수율은 54%였다. 이 가운데 16곳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군은 농업용 관정 554곳을 점검해 정비가 필요한 5곳을 고쳤고, 군 관리 양수장비 355개의 가동 상태도 살폈다. 물이 모자란 농가에는 관정과 양수기를 우선 연결하고 필요하면 굴착기 같은 장비를 보태기로 했다.
물만 댄다고 피해가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화순 지역은 농촌진흥청 밭가뭄 관리시스템에서 ‘경계’ 단계로 분류됐다. 농업기술센터는 현장기술지원단 2개 반과 농업인상담소 6곳을 통해 토양 수분과 관수시설, 고온 피해와 병해충 발생을 함께 살피고 있다. 급수와 작물 관리를 한 묶음으로 움직여야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군수는 가용한 행정자원을 적극 활용해 농가 부담을 덜겠다고 했다. 행사를 바꾸고 장비의 쓰임을 바꾼 화순군 대응의 성패는 결국 필요한 사람과 논밭에 물과 도움이 얼마나 빨리 닿느냐에 달렸다. 임 군수는 13개 읍·면의 상황을 계속 살펴 필요한 곳에 지체 없이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