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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과원서 다섯 품종 살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나주시는 윤 시장이 지난 14일 금천면 오강리의 한 배 농가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동희 나주배원예농협 조합장과 나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 배원예유통과장 등 생산·유통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이 농가는 약 4㏊(1만2000여 평) 과원에서 배나무 1625그루를 기른다. 신고·창조·슈퍼골드·신화·원황 등 익는 때와 특성이 다른 다섯 품종을 함께 재배한다. 한 품종에 출하가 몰리는 부담을 덜고 시기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가족 경영으로 쌓은 기술을 이어가면서 미국 수출 등 판매처를 넓히는 데도 힘써 왔다.
미국은 핵심 판매처다. 나주시는 지난 2024년 나주배 3356t을 수출했고, 이 가운데 2036t(60%)이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 시장 확대와 함께 특정 시장 의존도를 낮출 새 수요처 발굴이 필요한 배경이다.
윤 시장은 나무마다 열매가 맺힌 상태와 품종별 자람새를 확인했다. 물을 대는 시설과 과원 관리 상태도 살폈다. 이어 수확과 선별, 판매 과정에서 농가가 겪는 어려움과 건의사항을 듣고 필요한 지원책을 논의했다. 농민의 목소리를 생산부터 유통·수출 정책까지 잇겠다는 취지다.
■ 여러 품종·물길로 경영 위험 낮춰
방문 농가는 지난 2024년부터 올해까지 ‘나주배 품질보증제’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는 ‘FTA기금 고품질시설 현대화사업’의 지원을 받아 관수시설 설치도 마쳤다. 비가 제때 오지 않거나 폭염이 길어져도 필요한 시기에 물을 고르게 댈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이다.
여러 품종을 기르는 전략도 같은 방향이다. 수확 시기를 나누면 짧은 기간에 일손과 선별 작업이 한꺼번에 몰리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조생종부터 주력 품종까지 순차적으로 내보내 내수와 수출 물량을 조절할 여지도 생긴다. 이번 방문은 한 과원의 작황 확인을 넘어 이런 방식이 농가 소득을 얼마나 안정시킬 수 있는지 살피는 자리였다.
나주의 책임은 작지 않다. 농촌진흥청은 나주시가 우리나라 배 재배면적의 17.6%를 차지한다고 집계했다. 국내 산지의 수급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다. 한 농가의 품질 개선과 출하 분산이 지역 전체의 브랜드 관리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 저온·우박 겹친 산지, 수량은 변수
올해 작황은 전국과 호남의 표정이 다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의 지난 7월 전망에서 전국 배 생산량은 약 20만1000t으로 지난해보다 1.6% 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호남의 10a(1000㎡)당 봉지 수는 지난해보다 9.2% 줄었다. 봉지 수는 나무에 남겨 상품으로 키우는 열매 수를 가늠하는 지표다. 나주 표본농가의 평균 저온 피해율도 43.1%로, 지난해 23.4%보다 19.7%포인트 높았다.
지난 4월 6일에는 지름 18∼26.5㎜의 우박이 나주 등 6개 시·군에 5∼10분간 쏟아졌다. 전남도가 다음 날 잠정 집계한 나주 농작물 피해 면적은 742.6㏊였다. 전남 전체 배 피해도 잠정 733.7㏊에 달했다. 개화기에 꽃이 떨어지고 뒤이어 저온까지 겹치면서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은 과원도 나왔다.
따라서 이번에 찾은 농가의 생육 상태만으로 나주 전체 작황을 단정할 수는 없다. 생산량 전망도 남은 기상과 열매의 크기, 상품 비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확 직전 현장 확인과 농가별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나주시는 지난해 저온과 폭염에 함께 대응하는 미세살수장치를 100㏊를 대상으로 시범 지원했다. 저온 때에는 물이 얼며 내놓는 열로 꽃눈의 온도를 지키고, 폭염 때에는 물이 증발하면서 과실 표면의 열을 낮추는 방식이다. 기존 관정을 활용해 설치비를 줄이고 수요에 따라 보급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맛 보증하고 ‘설원’으로 체질 개선
생산량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주시장 인증 품질보증배인 ‘천년이음 나주배’는 생장조절제를 쓰지 않고 당도 12브릭스 이상, 색감과 신선도 등 기준을 통과한 과실만 선별한다. 크기보다 맛과 신뢰로 값을 높여 농가가 제값을 받게 하려는 제도다.
지난 2024년 설 출하분 분석에서는 품질보증배 농가가 받은 가격이 일반 특품 배보다 5㎏ 상자당 1만2500원, 7.5㎏ 상자당 1만8700원 높았다. 품질 기준이 가격으로 이어진 초기 사례다. 다만 출하 시기와 물량이 달라 올해도 같은 격차가 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품종의 폭도 넓힌다. 나주시는 윤 시장의 과원 방문 하루 전인 지난 13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나주배원예농협과 녹색배 ‘설원’ 전문 생산단지 조성 협약을 맺었다. 올해 3㏊에서 시작해 오는 2030년 30㏊까지 넓힐 계획이다. 설원은 무게가 600g 안팎이고 당도는 14브릭스 수준이다. 신고보다 꽃이 늦게 펴 봄철 저온 피해를 줄이는 데 유리하고 오는 9월 상순 수확할 수 있어 출하 분산에도 도움이 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핵심 재배 기술을 지원하고 나주배원예농협은 우수 묘목의 생산·공급 기반을 맡는다. 나주시는 농가 품질관리 지도와 유통 행정을 뒷받침한다. 새 품종을 심는 데서 끝내지 않고 생산부터 판매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시장은 “엄격한 품질관리와 차별화된 유통 전략, 안정적인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며 “품질보증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농가가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과 현장 의견을 반영한 지원도 약속했다. 현장 농정의 성패는 좋은 열매뿐 아니라 수확 뒤 농가가 실제로 받는 값에서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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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영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