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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욕구에서 정책의 답 찾다
장흥군은 지난 21일 군청 상황실에서 제6기 장흥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었다. 관계 공무원과 장흥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사회복지 전문가 등 40여 명이 참석해 조사 결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보고회는 지난달 21일 중간보고회에서 나온 의견과 민선9기 공약을 반영해 마련됐다. 연구를 맡은 지식산업연구원은 주민 복지욕구와 생활 실태, 사회보장 서비스 이용 현황을 분석하고 영역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역 복지욕구 분석, 세부사업 성과지표 재설정 권고안, 장흥 여건에 맞춘 사업 제안도 함께 내놓았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시장·군수·구청장이 4년마다 수립하고, 해마다 시행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하는 법정계획이다. 주민의 소득과 건강, 주거와 교육, 돌봄 서비스 이용 경험과 욕구를 조사해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을 정하는 과정이다. 주민 의견수렴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심의가 뒤따르는 이유도 정책의 출발점을 현장에 두기 위해서다.
연구원이 제시한 성과지표 재설정 권고안은 계획의 실행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지원 건수만 집계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위기가구를 발견한 뒤 지원까지 걸린 시간, 통합돌봄 연계 뒤 재가 생활을 이어가는 주민 수, 읍면별 서비스 이용 격차 등을 꾸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사업 효과를 주민 생활의 변화로 확인해야 예산과 인력을 필요한 곳에 더 정확히 배분할 수 있다.
살던 곳에서 이어지는 돌봄
이번 계획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의료·요양·돌봄·주거를 잇는 통합돌봄 체계다. 장흥군은 지난 1월 통합돌봄팀을 신설하고 올해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2월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장흥운영센터와 보건소, 복지기관 등이 참여하는 통합지원회의를 열어 개인별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통합돌봄은 몸이 불편하거나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주민이 익숙한 집과 마을에서 생활을 이어가도록 돕는 정책이다. 병원 진료와 방문 건강관리, 요양, 식사와 주거 정비, 안전 확인이 따로 움직이면 주민은 여러 기관을 찾아야 한다. 한 번의 상담으로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고, 서비스가 끊기지 않도록 살피는 체계가 필요한 까닭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읍면 현장에서 이 체계가 얼마나 촘촘히 작동하느냐다. 장흥읍과 면 지역의 의료·복지시설 접근성, 교통 여건, 홀로 사는 고령 주민의 생활 조건을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 방문 서비스와 이동 지원, 주택 안전 보완, 보건소 건강관리 등 각 사업의 접점을 넓히면 주민이 체감하는 변화도 커질 수 있다.
마을에서 찾는 위기가구
제도 밖 위기가구를 먼저 발견하는 일도 지역 복지의 중요한 기반이다. 장흥군은 이장과 부녀회장, 복지기동대원, 공무원 등이 마을을 찾아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헬프데이’를 운영해 왔다. 생활 가까이에서 주민의 형편을 아는 인적 안전망이 위기 신호를 먼저 알아채는 방식이다.
장흥군은 한전MCS 장흥지점과도 협력해 검침원이 10개 읍면을 돌며 안부를 살피는 방식을 도입했다. 검침원이 일상에서 확인한 위기 징후를 행정복지센터와 연결하는 구조다.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악화, 고립은 한 가지 자료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공공의 위기정보와 마을 인적망, 현장 방문이 함께 움직여야 지원이 늦어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복지 문턱을 낮추는 과제도 남아 있다. 군은 지난 19일부터 별도 증빙서류 없이 생계가 어려운 취약계층에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하는 ‘그냥 드림’을 시행했다. 제도를 모르거나 서류 준비와 상담을 부담스러워하는 주민에게 긴급 지원을 먼저 연결하고, 이후 건강·주거·소득 문제를 함께 살피는 사례관리가 이어져야 한다. 한 번의 지원이 생활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 민관 협력의 역할이다.
청년과 가족의 삶까지 담아야
지역사회보장계획은 어르신 돌봄과 함께 청년·가족의 생활 기반까지 품어야 한다. 지난 2024년 장흥군 청년통계에서 19세부터 49세까지 청년 인구는 8571명으로 전체 인구 3만5046명의 24.5%를 차지했다. 같은 해 청년 전입은 1167명, 전출은 1374명이었다.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일자리와 주거, 결혼·출산·돌봄 여건을 함께 살피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청년 통계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청년 393명, 차상위계층 청년 213명, 한부모가족 청년 121명도 집계됐다. 취업과 주거, 건강과 돌봄이 서로 맞물린 청년의 생활 문제를 복지정책 안에서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장애인과 아동, 한부모·다문화가족도 사는 곳에 따라 서비스 이용 기회가 달라지지 않도록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사순문 장흥군수는 “이번 연구용역은 앞으로 4년간 지역 주민을 위한 실효성 높은 복지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며 “조사 결과를 지역사회보장계획과 다양한 복지사업에 적극 반영해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흥군은 최종보고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보완한 뒤 오는 9월 군민 의견수렴 공고와 대표협의체 심의 등 행정절차를 거쳐 오는 9월 30일까지 용역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계획의 핵심은 특정 세대나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 생활 안전망이다. 돌봄과 건강, 주거와 일자리 정책이 서로 이어질 때 주민이 느끼는 변화도 선명해진다. 장흥군이 세울 4년의 복지 청사진이 읍면의 일상에서 힘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