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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보다 먼저 열어야 할 상생의 문
임지락 화순군수는 지난달 21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만나 동복댐 증고에 따른 주민 지원, 반도체 연관기업 유치, 광역철도 구축, 조기 폐광지역 지원을 요청했다. 임 군수는 광주 군공항 부지를 활용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는 협력하되, 화순군민의 희생이 따르는 사업에는 구체적인 상생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복댐은 그 요구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정부는 반도체 산단에 필요한 하루 65만t의 용수 가운데 동복댐 여유량과 증고로 30만t을 확보하는 방안을 세웠다. 전체 목표 물량의 약 46%다. 동복댐 몫은 여유량 5만t과 증고 25만t이다. 주암댐 5만t, 장흥댐 10만t, 보성강댐 10만t, 나주댐 10만t을 더하는 용수망의 중심축이다. 광주 제1하수처리장 재이용수 하루 30만t도 추가 수요와 비상 상황에 대비한 보조 수원으로 검토되고 있다.
동복댐 증고는 오는 2030년 6월 첫 양산을 목표로 한 클러스터의 용수 기반을 떠받치는 핵심 과제다. 동시에 광주에 생활용수를 공급해 온 댐의 기능을 지키면서 산업용수를 늘려야 하는 어려운 사업이기도 하다. 생활·농업·산업용수 사이에서 어느 한쪽의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공급 방식과 가뭄 대응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증고의 세부 방식과 일정은 아직 기업 협의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과거 세 차례 증고 과정에서 이주와 생활 불편을 겪은 주민에게 또다시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화순군의 입장이다. 군은 수몰 이주민 연금, 이주 정착지 저가 분양 또는 무상 임대, 잔여지 전체 보상 등을 요구했다. 댐 대책위원회 주민 대표가 참여하는 상생발전 실무협의체도 제안했다. 반도체 산업의 속도만큼 주민의 동의와 보상도 제때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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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울타리, 화순까지 넓힌다
화순군은 군공항 부지와 가까운 입지를 바탕으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시설을 유치하자고 건의했다. 팹에서 완성품을 생산하더라도 장비를 고치고 부품을 공급하며 기술을 시험할 기업이 주변에 자리해야 산업 생태계가 오래 간다는 판단이다. 군은 비교적 부담이 낮은 산업용지와 광주·전남을 잇는 접근성을 내세워 기업 유치와 연계사업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대규모 공장 부지를 놓고 경쟁하기보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장비 유지·보수와 시험·분석, 물류와 연구 기능을 화순의 기존 산업 기반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유치 대상과 부지, 지원 방식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특별시와 화순군이 기업 수요를 함께 살피고, 실제 입주로 이어질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광주~화순 광역철도도 같은 맥락에서 제시됐다. 통합특별시가 하나의 생활권으로 움직이려면 산업단지와 주거지, 병원과 교육시설을 빠르게 잇는 교통망이 필요하다. 임 군수는 이 노선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도록 특별시가 정부와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국가계획 반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건의 단계인 만큼 수요와 경제성, 노선의 실현 가능성을 설득하는 일이 남아 있다.
폐광의 상처, 공동 과제로 풀어야
임 군수는 지난 118년 동안 국가 산업 발전을 뒷받침한 화순 탄광의 조기 폐광이 남긴 상처도 꺼냈다. 폐광 뒤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지방재정 부담이 커진 만큼, 조기 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을 지역 회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업 대상 부지의 장기 무상임대가 필요하다며 특별시가 정부 건의에 함께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부지 사용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지역이 새 산업을 받아들일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는 문제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장 효과가 군공항 주변에만 머물지 않고 화순의 폐광 대체산업과 연결돼야 상생이라는 말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장기 무상임대 역시 확정된 지원책이 아니라 정부와 관계기관의 협의가 필요한 건의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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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지구, 생활권의 빈칸을 채운다
화순군은 지난달 25일 화순읍 강정리와 삼천리 일원에 4500세대 규모의 삼천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광주 군공항 부지와 약 20㎞, 차량으로 30분 거리인 이곳을 반도체 클러스터 종사자와 청년·신혼부부가 머무는 배후 주거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전남개발공사가 도시개발 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군은 오는 2029년 착공과 오는 2032년 준공을 목표로 잡았다. 백신산업특구와 화순전남대병원 등 기존 의료·산업 기반을 주거·돌봄 시설과 연결해 정주 여건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주택만 공급하는 신도시가 아니라 일자리와 의료, 돌봄을 가까이 누릴 수 있는 생활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다만 사업은 아직 용역 단계여서 인허가와 재원 마련, 실제 수요 검증이 앞으로의 과제다.
임 군수는 “산업은 광주에서, 주거와 생활은 화순에서 이뤄지는 광역 생활권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화순의 요구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환영한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동복댐 주민의 삶을 지키고, 기업과 사람을 끌어오며, 폐광지역의 회복까지 함께 설계하자는 제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각 기관이 이 조건을 사업 일정과 예산에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일이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