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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을 넘어 쓰임새로
이번 사업은 전남광주 AI 정책의 2단계다. 1단계가 국가AI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컴퓨팅 기반을 마련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2단계는 그 위에서 만든 기술을 실제 사용자와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다. 연구개발 성과가 실험실에만 머물지 않도록 성능과 안전성, 사업성을 함께 확인하고 시장 진출까지 잇는 것이 핵심이다.
AX는 인공지능 전환을 뜻한다. 단순히 기존 서비스에 AI 기능 하나를 더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생산 과정, 공공서비스, 시민 생활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좋은 알고리즘도 실제 도로와 건물, 전력 설비, 생활공간에서 작동하지 못하면 산업이 되기 어렵다. 통합특별시가 광주 곳곳을 기술개발과 검증, 사업화가 이어지는 대규모 시험장으로 쓰려는 이유다.
1단계는 지난 5년간 약 4300억 원을 들여 국가AI데이터센터와 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 등을 갖춘 시기였다. 컴퓨팅 자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도시의 ‘두뇌’를 만든 단계라면, 새 사업은 그 두뇌가 생활과 산업의 문제를 얼마나 풀어내는지 확인하는 단계다.
사업은 지난 단계의 기반을 이어받는다. 국가AI데이터센터와 지역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해 기업과 연구기관이 고성능 컴퓨팅 자원에 접근하도록 돕는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시험하려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서버가 필요하다. 규모가 작은 기업에는 이런 장비를 따로 갖추는 비용이 큰 만큼 공공 기반을 함께 쓰게 하는 방식은 새 기술의 출발선을 낮출 수 있다.
통합특별시는 지난해 국비를 확보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확정했다. 이어 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마쳤다. 예타 면제 뒤에도 사업비와 과제 구성, 추진 방식이 적절한지 따져 실행 틀을 갖춘 셈이다. 올해는 국비 296억원을 편성해 26개 신규 과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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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하루에 들어가는 기술
첫 축은 ‘모두의 AI 및 도시·생활 혁신’이다. 시민 참여와 복지, 미디어처럼 일상과 맞닿은 분야에 AI를 적용한다. 시민 의견을 더 쉽게 모으고 정책 참여를 넓히는 직접 참여형 민주주의 플랫폼, 어르신의 마음 건강을 살피는 시니어 마인드 케어 등이 대표 사례다. 기술이 편리하다는 평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이용자가 얼마나 쉽게 쓰는지와 생활 문제를 얼마나 줄이는지까지 확인한다.
이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시민 신뢰다. 복지와 건강, 행정에 AI가 쓰일수록 개인정보 보호와 결과의 공정성, 오류가 났을 때 책임을 가르는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실증은 단순한 시연 행사가 아니다. 서비스가 현장에서 계속 쓰일 수 있는지, 시민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다. 시민 체감형 성과도 이런 검증을 거쳐야 오래 갈 수 있다.
도로와 전력망에서 성능 검증
두 번째 축은 미래 모빌리티다. 전남광주의 자동차·모빌리티 산업 기반과 실제 도로, 산업 현장을 활용해 자율주행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과 플랫폼을 개발하고 시험한다. 차량이 주변 상황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읽는지, 통신과 지도 정보가 변하는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살피게 된다. 연구실의 가상 환경만으로는 찾기 어려운 문제를 실제 도시에서 확인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축은 에너지다. 분산전력망과 분산에너지의 수요·공급 관리,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예방 등에 AI를 접목한다.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쓰는 곳이 늘어날수록 언제 어디에 전력이 필요한지 빠르게 읽고 조절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전력망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는 기술을 지역 에너지 기반에서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남광주의 에너지 산업과도 맞물린 분야다.
공모를 넘어 시장으로
통합특별시는 오는 30일까지 26개 신규 과제를 공모한다. 지정공모 8개, 품목지정 13개, 자유공모 5개다. 신청서는 오는 14일부터 30일 오후 3시까지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으로 받는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에는 연구비 지원을 넘어 도시를 실제 시험 무대로 활용할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공모 뒤에는 현장 적용 계획이 성패를 가른다. 실증 대상지와 참여 기관, 데이터 활용 방식, 안전관리 방법을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시험이 끝난 뒤에도 서비스가 이어질 수 있다. 공공 분야 AI는 개발자만의 일이 아니라 현장 종사자와 시민의 협업이 필요한 이유다.
사업의 최종 목적은 과제 선정 자체가 아니다. 개발한 기술이 실증을 거쳐 제품과 서비스가 되고, 공공과 민간 수요처를 만나 시장에 안착하는 데 있다. 기술의 성능뿐 아니라 도입 기관의 만족도, 지역 기업의 참여, 후속 투자와 일자리 창출까지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AI 도시’라는 이름도 시민과 기업이 변화를 느낄 때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손두영 통합특별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은 “AX실증밸리는 AI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해 사업화로 연결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통합특별시는 기업 혁신과 지역 산업의 AX 전환, 시민 체감 성과를 목표로 내세웠다. 기반을 닦는 첫 단계가 끝난 지금, 전남광주의 AI 정책은 이제 기술이 생활과 산업 속에서 얼마나 쓸모를 증명하는지 시험받는 단계로 들어섰다.
서은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