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ACC서 만나는 거장들의 시선

문화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ACC서 만나는 거장들의 시선
가을 광주에 찾아온 인상파
거장 11인의 원화 한자리에
빛과 색으로 만나는 명화들
  • 입력 : 2026. 09.04(금) 14:04
  • 박태영 기자
미디어 전시실. [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초가을에 접어든 광주가 모네와 르누아르, 반 고흐와 세잔의 색으로 물든다. 물 위에 번지는 햇살과 붉은 양귀비가 핀 들판, 꽃병에 담긴 장미와 고요한 강변 풍경까지 미술 교과서와 화집에서 익숙하게 접했던 장면들이 원화로 눈앞에 펼쳐진다. 오는 23일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특별전 ‘인상파, 찬란한 순간들: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 그리고 세잔’이다.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이 소장한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거장 11명의 작품 21점이 한자리에 선보인다. 화면으로는 온전히 느끼기 어려웠던 색의 깊이와 붓끝의 흔적까지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

빛을 품은 서로 다른 풍경

전시의 첫 장은 물 위에서 열린다. 첫 번째 주제 ‘수면 풍경과 반영’에는 클로드 모네가 1907년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이 놓인다. 프랑스 지베르니에 정착한 모네가 직접 가꾼 정원의 연못을 화폭에 옮긴 작품이다. 수련이 떠 있는 수면 위로 빛과 하늘, 주변 풍경의 색이 겹치며 모네가 바라본 지베르니의 한때를 보여준다.

모네는 지베르니의 연못을 오랜 시간 바라보며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아침과 오후, 맑은 날과 흐린 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물빛을 반복해 그렸다. 눈앞의 풍경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순간마다 변하는 빛과 색을 화폭에 담으려 했던 것이다.

같은 공간에는 차일드 하쌈의 ‘여름 햇살(쇼얼스 제도)’과 폴 세잔의 ‘강가의 시골 저택’도 함께 전시된다. 세 작품은 모두 물과 자연을 소재로 삼았지만, 화폭에 담긴 빛과 색, 풍경의 모습은 저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도시와 자연, 화폭 속 일상

두 번째 공간의 주제는 ‘도시 풍경, 자연, 인물이 있는 풍경’이다. 모네의 ‘지베르니의 젊은 여인들, 햇빛 효과’에는 햇빛이 내려앉은 들판과 그 안에 자리한 인물이 등장하고, 피사로의 ‘튈르리 정원, 오후, 햇살’에는 파리 도심의 공원과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겼다. 자연과 도시, 사람의 일상이 한 화면 안에서 어우러진 작품들이다.

급격히 변하던 19세기 파리의 도시와 일상, 자연은 인상파 화가들에게 새로운 풍경이 됐다. 모네와 르누아르, 피사로 등은 거리와 공원, 강변으로 나가 시간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빛과 색을 화폭에 담았다. 도시의 활기를 담은 풍경부터 한적한 자연의 모습까지, 평범한 하루의 장면도 중요한 그림의 소재가 됐다.

반 고흐가 1887년 그린 ‘밀밭의 양귀비’도 이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초록빛 들판 사이로 붉은 양귀비가 펼쳐진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고흐의 주요 작품 가운데 하나다. 모네와 피사로의 풍경에 이어 고흐의 들판까지, 두 번째 공간은 도시와 자연을 오가는 다양한 장면들로 이어진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경. [사진=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상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세 번째 공간의 주제는 ‘인물과 정물’이다. 앞선 공간에서 연못과 들판, 도시의 풍경을 만났다면 이곳에서는 사람과 꽃, 일상의 사물이 작품의 중심에 놓인다. 르누아르의 ‘꽃병의 장미’와 ‘꽃장식 모자를 쓴 여인’, 고갱의 ‘정물’ 등이 이 공간을 채운다.

르누아르가 1880년 무렵 그린 ‘꽃병의 장미’에는 꽃병을 가득 채운 장미가 담겼고, 1889년작 ‘꽃장식 모자를 쓴 여인’에서는 당시 인물화의 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고갱이 1899년 그린 ‘정물’에서는 주변의 평범한 사물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 사람과 꽃, 일상의 물건까지 화가들이 가까이에서 마주했던 대상들이 작품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는 모네와 르누아르를 비롯해 피사로, 시슬레, 기요맹, 하쌈, 시냑, 리셀베르그, 반 고흐, 고갱, 세잔까지 11명의 작품 21점이 소개된다. 연못과 강가, 도시와 들판, 인물과 정물까지 작품의 소재도 다양하다. 익숙한 자연과 일상이 저마다 다른 색과 표현을 거쳐 한 점의 작품으로 남은 모습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물 위의 풍경에서 시작한 전시는 도시와 자연을 지나 사람과 사물까지 이어진다. 모네의 연못과 피사로의 도시, 고흐의 들판, 르누아르의 인물과 꽃, 고갱의 정물을 따라가다 보면 19세기 후반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원화와 영상으로 이어진 빛

이번 특별전에서는 화집이나 디지털 화면으로 익숙했던 작품을 실제 원화로 만날 수 있다. 모네와 르누아르, 피사로에서 반 고흐와 고갱, 세잔으로 이어지는 11명 작가의 작품 21점이 한자리에 소개된다. 작품의 실제 크기와 색, 화면에 쌓인 물감의 질감과 붓의 흔적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원화 전시만의 매력이다.

전시는 ‘수면 풍경과 반영’, ‘도시 풍경·자연·인물이 있는 풍경’, ‘인물과 정물’ 등 세 주제를 따라 이어진 뒤 미디어 전시실로 마무리된다. 21점의 원화를 차례로 만난 뒤에는 인상주의 작품을 영상으로 풀어낸 공간도 마련된다. 전시장에서는 QR코드를 이용한 오디오 가이드도 이용할 수 있어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다.

오는 23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7관에서 문을 여는 전시는 가을과 겨울을 지나 내년 2월 21일까지 이어진다. 화·목·금·일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토요일은 오후 8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3000원, 청소년·어린이 1만 원이다.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이 소장해 온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작품들이 대거 광주를 찾으면서 세계적인 거장들의 원화를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가 마련됐다. 모네의 연못에서 고흐의 들판, 르누아르의 꽃과 세잔의 풍경까지, 19세기 후반 서양미술을 바꾼 빛과 색의 순간들이 올가을 광주에서 다시 펼쳐진다.
박태영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