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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석곡농협의 ‘백새미’는 전국 최고의 쌀로 급부상하고 있다. 밥을 지으면 은은하게 퍼지는 누룽지향과 더불어 찰기가 섞인 특유의 식감은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될 정도“라는 극찬까지 나온다. 전남 10대 고품질 브랜드 쌀 선정,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친환경 쌀 부문서 47% 점유율을 달성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 또한 눈에 띈다.
이런 백세미의 흥행 열풍 뒤에는 석곡농협 한승준 조합장의 헌신과 열정이 있다. 평직원으로 시작해 석곡농협에서만 무려 30여 년을 근무한 그는, 날카로운 사업감각으로 곡성농협의 사업성과를 단번에 일신했다.
백세미 외에도 토란과 깻잎 사업 등, 최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한승준 조합장을 이슈!광주전남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한 조합장은 백세미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에 ”일하는 조합장 밑에서 직원들이 엄청 고생한 성과“라며 웃었다.
# 백세미만의 차별화
한국의 토종벼와 찰벼를 육종하여 탄생한 게 백세미다. 반 찰기 성분이 있어 다른 쌀보다 밥맛도 좋다. 현재 우리나라 쌀들은 미질이 거의 평준화 됐지만 식감과 누룽지향으로 차별화가 된다. 밥을 하면 방안에 누룽지 향이 꽉 찬다. 거기서 영감을 받아 가공식품으로 누룽지까지 만들었다. 워낙에 반응이 좋아 없어서 못 팔고 있는 실정이다.
초반엔 거의 한달에 2박 3일을 직원들과 판촉하러 다녔다. 일년동안 하니까 효과가 나타나더라. 시식 행사를 하면, 밥을 종이컵에 떠서 드린다. 소비자들은 보통 잘 안 먹으려 하고 간신히 시식해도 금방 돌아선다. 그걸 보고 나름 법칙을 발견했다. 하나, 둘, 세 발자국 가면 딱 돌아선다. ‘어 이거 무슨 쌀이야?’ 하는 반응이 나온다. 그 정도로 향과 미질이 다른 쌀하고 다르다는 것, 다른 품종하고 차별화됐다는 것, 그게 소비자들한테 먹혀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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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를 통한 홍보
일단 제일 중요한 것은 품종이다. 그다음 미질이 좋아야 하고, 그다음이 홍보다. 소비자들한테 홍보 백날 해봐야 진실은 3개월이면 나타나니까. 다행히 좋은 품질로 홍보를 해서 차도가 괜찮았다.
홍보도 무작정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막연하게 쌀 좋다고 하면 홍보가 되겠나. 그래서 우리가 저 사진 속, 5색 벼로 그림을 그린 거다. 약 7천 평가량 되는데, 직원들이 직접 부녀회하고 같이 모를 심었다. 2018년도였는데 나락을 심을 때 다섯 가지 색깔별로 심었다. 당시 추수 때 사진 촬영해서 액자로 보관 중이다. 저걸 하기 위해서 공부도 엄청 했고 그만큼 홍보도 요긴했다.
또한 정말 운이 좋았던 건지 대통령께서도 도와주셨다. 지난 1월 23일 날 설 명절을 기념하여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하셨는데 직접 백세미를 구입하셨다. 그 뒤로 매출이 배로 오르더라. 대통령도 그렇고 저 사진도 그렇고, 홍보는 나름의 스토리가 있어야 소비자들도 공감을 한다. 근거 없이 무조건 어필해봤자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덕분에 좋은 일도 많이 생겼다. 백세미가 전남 10대 브랜드 쌀에 선정됐다. 매출액이 20억이 넘어야 하는데, 3년 동안 20억을 넘겼다. 곡성을 넘어 전남 전체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전남을 넘어 전국의 브랜드 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전남쌀에 대한 천대
전남이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뛰어나 타 지역보다 쌀품질이 우수하다. 한번 드신 분들은 계속 찾으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홍보가 부족한 편이어서 천대를 받는 감이 있었다. 나는 그래서 단기간이 아닌, 10년을 잡고 환경을 이슈로 해서 꾸준히 홍보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러 백세미도 곡성 백세미로 홍보를 해 지명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백세미를 통해 호남쌀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알린다면, 호남의 다른 쌀들도 부수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질 테니까.
# 농촌생활의 어려움
88년도에 평직원으로 입사해서 석곡농협에서만 30년을 지냈다. 그렇게 근무하면서 느낀 점은, 사실 농촌이 많이 힘들다는 거다. 농촌에서 특별히 할만한 일이 없다. 축산 아니면 대농 혹은 특별한 과실 정도다. 전부 그 분야로만 몰리니까 기존에 하고 있던 분들도 어렵게 된다. 연령대는 날이 갈수록 고령화되고. 소비자들에게 마땅한 소비처도 없다. 상황이 이러니 귀농귀촌이 힘들 수밖에 없다. 귀농하셔도 오래 정착을 못하고 떠나시는 분들이 많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농촌으로 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흔히들 귀농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막연한 동경의 대상으로서 귀농은 일년이면 다 빠져나간다. 힘들어서 도망가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 인프라와 소득이다. 이것만 갖춰지면 도시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언젠가는 고령화 인구를 농협이 위해 농사를 대신 지어줘야 할 시대가 올 것이다. 절반 정도는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시스템적인 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이외에 행정주도의 소득작목 개발도 필요하다고 본다.
# 직원들에게 한마디
미안한 마음이 크다. 다들 그러더라. 일하는 조합장이 있으면 직원들이 피곤하다고. 물론 직원들 스스로 보람을 느끼리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고맙고 미안하다.
우리가 늘 해왔던 것, 고생했던 것 생각하면 사실 가슴이 멍할 때가 많다. 다들 워낙 열심히 하니까.... 저 사진을 찍을 때도 우리 직원들 고생 엄청 했다. 일일이 모를 전부 가져다 날리고 그걸 또 심고. 당시에는 속으로는 얼마나 욕했겠나. 저 양반이 일거리만 가지고 온다고. 그래도 ‘뭐든 하면 결과가 좋게 나오니까 자부심을 느끼고 일을 한다’고 직원들이 얘기해주더라. 그러니 나야 항상 고맙지. 물론 따로 크게 챙겨주는 것은 없었지만, 조금씩은 더 해주려고 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선 조합원도 같이 해주려 한다. 직원과 조합원이 함께 혜택을 누리는 게 농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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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유 · 유우현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