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 남용인가, 정당한 직무인가… 공무원 부당 파견과 '수상한' 불송치
김순호 군수는 군청 소속 A사무관을 본인 동의 없이 전라남도로 부당하게 파견 인사 발령을 냈다는 이유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당한 바 있다. 이 파견 인사는 대법원에서 위법이라는 최종 판단을 받으며 김 군수의 인사권 남용이 사법적으로 확인되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는 공무원 개인의 권리를 침해했을 뿐 아니라, 지방공무원법상 규정된 인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로, 단체장의 권한이 자의적으로 행사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위험한 선례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의 위법 판결에 따라 김 군수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김 군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사법부의 최고 판단과 수사기관의 결론이 상반된 이례적인 상황은 그 자체로 많은 의문을 낳았다. 특히, 이 시기 구례경찰서는 김 군수가 고발인으로 나선 다른 사건, 즉 수해 폐기물 처리량 조작 의혹을 신고한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고발 건에서는 피고발인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져 법 집행의 형평성 논란을 더욱 키웠다.
더욱 논란을 증폭시킨 것은 KBS 보도를 통해 알려진 한 가지 사실이었다. 김 군수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에 구례군청이 당시 구례경찰서장 소유의 땅에 석축을 쌓는 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해당 경찰서장은 군수 관련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고 석축 공사와 경찰 수사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 수사를 받아야 할 피의자 신분인 군수가 관할 경찰서장의 개인적 편의를 봐주는 듯한 정황은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하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이 지역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중론이다. 권력기관 간의 유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지리산은 지금 ‘개발 몸살’… 골프장·케이블카 논란에 환경 파괴 가속화
김순호 군수 재임 중 구례의 청정 자연은 무분별한 개발 논리 앞에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일원에 추진되고 있는 지리산 골프장 건설 사업이다. 지리산국립공원 경계에서 불과 170m 떨어진 산 정상부에, 축구장 30개에 육박하는 약 21만㎡ 면적의 숲을 밀어내고 1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베어내는 대규모 사업이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해당 부지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을 포함하며 수달, 삵, 담비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 흔적이 발견된 천혜의 보고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환경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구례군은 2023년 6월부터 시행된 20ha 이상 대규모 벌채 시 민관합동심의 의무화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서둘러 벌채 허가를 내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벌채 과정에서는 허가 수종 외 나무 벌목, 허가 기준 미달 나무 벌목, 능선부 및 암반지 벌채 금지 규정 위반, 허가지 외 무단 벌채 등 수많은 불법 행위가 자행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으며, 구례군은 이러한 불법 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사실상 방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인근 주민들은 농약으로 인한 계곡물 오염과 마을 저수지 유입, 그리고 대규모 벌목으로 인한 산사태 위험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골프장 사업 추진 과정의 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구례군은 골프장 시행사인 ㈜피아웰니스와 시공사 ㈜삼미건설로부터 개발 제안을 받은 지 불과 일주일 만인 2023년 3월 23일, 관련 부서도 아닌 재무과 주도로 '온천CC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시행사 ㈜피아웰니스는 2022년에 설립된 자본금 1억 원 미만의 신생 기업으로, 사내이사들이 골프장 예정지 산주들이라는 점에서 사업권 취득 후 되팔아 시세 차익을 노리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김순호 군수가 내세우는 "산동 온천지구 활성화와 경제 발전"이라는 명분 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구례군은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는, 관변단체 등을 동원해 찬성 현수막을 내걸게 하고 군민의 날 행사에서 찬성 팻말을 들고 입장하도록 하는 등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여 주민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는 김 군수가 강조하는 ‘소통 행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태다.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 역시 김순호 군수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김 군수는 이를 두고 "오히려 환경을 수백 배 살리는
주장하고 있지만 , 이 사업 역시 국립공원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있으며, 환경부로부터 수차례 보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환경을 살린다"는 주장은 개발 사업으로 인한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지만, 국립공원과 같이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에서의 대규모 시설 설치는 그 자체로 심각한 환경 훼손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지리산 골프장과 케이블카 사업은 구례군의 자연환경을 담보로 한 개발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과 환경적 고려가 얼마나 미흡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들로 지적된다. ‘순수 구례’의 미래가 개발의 광풍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유우현, 김태리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