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전환점, 지방과 중앙이 함께 만들어가는 균형 발전의 서막이 이 장면에 담겨 있다. 사진 좌측 두번째부터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광주와 전남이 드디어 같은 배에 올랐다. 2025년 8월 27일 양 시·도는 특별지방자치단체 공동 추진을 선포하며 광역 경제권 구축을 공식화했다. 연내 출범을 목표로 첫 공동사무는 ‘광주~나주 광역철도’로 정했다. 구호에 머물렀던 상생 논의가 집행 단계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둘 이상 지자체가 특정 광역 사무를 함께 처리하도록 만든 별도 법인이다. 조례 제정, 조직·인사 권한을 갖고 규약으로 운영한다. 광주·전남은 합동추진단을 꾸려 규약 마련, 양 의회 의결, 행안부 승인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첫 시험대는 광주~나주 광역철도다. 9월까지 노선 합의를 끝내고 연내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한다는 시간표를 내놨다.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선포식에 참석해 12월 출범까지 지원을 약속했다. 상징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노린 선택이다.

기대와 우려, 정교한 설계에 달렸다
지역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광주시의회는 환영 입장을 내고 초당 협력을 예고했다. 상생 틀이 제도적 실체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그러나 승부는 디테일에서 갈린다. 재정 분담, 조직 설계, 성과지표 등 핵심을 규약에 얼마나 촘촘히 담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기존 협의체 확대판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계도 있다.

정치적 지속성은 더 큰 과제다. 단체장 교체나 정권 변화에 흔들리면 추진력은 약해진다. 부·울·경 특별연합 무산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청사 입지 같은 민감 사안은 공정한 기준과 투명한 절차로 갈등을 줄여야 한다. 제도화와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첫 발걸음이 곧 제자리걸음이 된다.

상생의 오랜 꿈, 이번엔 다른 길을 택했다
광주·전남은 오래전부터 하나의 생활권을 지향해 왔다. 2020년 행정통합 공론화가 있었지만 이해관계 얽힘 속에 동력을 잃었다. 상생발전위원회, 초광역권계획위원회 등 협의 채널도 개설됐지만 법적 구속력과 집행력이 약해 시민 체감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 논쟁처럼 해묵은 갈등도 발목을 잡았다.

이번 선택은 전면 통합보다 실리를 택한 제3의 길이다. 모든 기능을 한데 묶기보다 철도·교통처럼 이익이 분명한 사무부터 공동 처리해 신뢰를 쌓는 방식이다. 작은 성공을 반복해 큰 변화를 여는 접근이다. 광주~나주 광역철도가 그 출발점이다.

성공의 열쇠는 제도화와 신뢰
선행 사례인 충청권 특별지자체는 규약과 자치법규를 토대로 의회·조직을 가동 중이다. 광주·전남도 이를 벤치마킹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연합장 선출 방식, 연합의회 구성, 분담률·감사 규정, 평가지표를 규약에 명확히 박는 일이 급선무다. 1호 사업은 노선 합의와 경제성 보완으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원을 약속했다. 이제 공은 광주와 전남에 있다. 연말 출범, 첫 사업의 가시적 성과, 공정한 분담과 투명한 절차가 신뢰를 만든다. 이번 도전이 수많은 논의에 마침표를 찍고, 실질적 상생의 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되길 지역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