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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공립고 2.0은 농산어촌이나 원도심처럼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역의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모델이다. 핵심은 학교가 지역사회와 손을 잡고, 지자체·대학·기업 등과 협력해 지역의 산업이나 문화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선정된 학교에는 교육과정 자율권, 교장공모제, 교사 100% 초빙제와 같은 파격적인 권한과 함께 5년간 매년 2억 원의 재정 지원이 주어진다. 궁극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지역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력으로 얻은 기회, 기대감 속 첫발
이번 지정은 군청, 교육지원청, 학교가 힘을 모아 이뤄낸 성과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이 협력을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가 함께 만든 교육 혁신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지역 소멸이라는 공동의 과제 앞에서, 교육을 통해 미래를 열겠다는 지역 사회의 기대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결과다.
이러한 상징성과 기대감 이면에는 그만큼 무거운 과제가 뒤따른다. 협력은 출발점일 뿐, 정책이 현실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제도의 지속성과 효과 검증이라는 더 어려운 과정이 남았다.
‘내실’의 첫 시험대, 교육의 지속성
보성고는 2026년 3월부터 ‘문화관광’과 ‘농수산 융합’이라는 지역 맞춤형 교육을 시작한다. 동신대, 전남대 등 지역 대학과의 협력, 교육과정 자율권, 교사 100% 초빙제, 그리고 5년간 10억 원의 재정 지원까지. 교육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충분해 보인다.
이처럼 충분해 보이는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진짜 관건은 지속성이다. 재정 지원이 종료되는 5년 뒤에도 이 교육 모델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농어촌 지역이 우수 교원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내실을 증명해야 할 첫 번째 시험대다.
궁극적 ‘내실’, 지역 선순환 이룰까
보성군은 이번 지정을 교육발전특구,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연계해 ‘인재 선순환’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교육발전특구가 보성고와 같은 거점 학교를 통해 인재의 ‘씨앗’을 심으면, RISE는 지자체 주도로 대학 체질을 개선해 이 씨앗을 ‘열매’로 키워내는 구조다. 고교에서 대학, 그리고 지역 기업으로 이어지는 끊김 없는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보성고가 다음으로 증명해야 할 궁극적인 ‘내실’은, 학교에서 키운 역량이 졸업 후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와 안정적인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있다. 교육이 청년 유출을 막고 실제 인구 유지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바로 그 시험대인 것이다. 현장의 포부는 분명하지만, 결국 앞으로 5년은 이 실험이 ‘자공고 2.0’이라는 이름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성과 실질적 효과를 증명하며 지역 사회의 미래를 제시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수호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