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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장에서 느낀 주민들의 막막함이 훨씬 심각하다고 말한다. 상품 피해는 보상을 받지 못해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동료 의원들과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풍수해보험 의무가입과 보험료 지원, 영세 상인들을 위한 수재의연금 우선 지원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정부에 촉구했다. 재난 현장에서의 육체적 노동이 정책적 대안 제시로 이어지는 것, 이것이 이개호 의원이 정치를 하는 방식이다. 4선 국회의원이자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라는 화려한 이력보다, 그의 정치는 언제나 낮은 곳, 가장 아픈 곳을 향한다.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으로서 그의 행보는 더욱 구체화된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상임위에서 건강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은 빈말이 아니다. 그는 복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찾아 먼저 손을 내민다. 그의 정책은 언제나 ‘사람’에서 출발해 ‘현장’에서 완성된다. 그의 의정활동은 문제의 발견에서 그치지 않고, 대안 제시와 제도 개선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나아간다.
함평의 흙탕물에서 길어 올린 정책
함평천지 전통시장 41개 점포와 골목형 상점가 27개 점포 전체가 물에 잠겼다. 이 의원은 민주당 당직자들과 함께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태며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은 물론, 사회단체와 개인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전국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해 주민들의 절박함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풍수해 보험 개선 방안을 직접 건의하며 제도적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재난 대응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는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았다. 서삼석, 전진숙 의원과 함께 발표한 공동 성명서는 그의 정책적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들은 영세 상인과 서민들이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이를 위해 농어업재해보험 수준의 보험료 지원과 가입 의무화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난 현장의 참혹함을 목격한 정치인이 책상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는 행동으로 증명했다. 피해 복구를 위한 즉각적인 지원과 함께, 반복되는 재난의 고리를 끊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 이것이 현장 정치의 완성형이다. 그의 행보는 재난을 정치적 수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변화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
영광의 성공, 숫자가 증명하는 희망
재난의 상처 위로 그는 희망의 증거를 제시한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 선 대한민국에 그의 지역구인 영광군은 하나의 대안 모델이다. 6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2024년 1.72명), 최근 1년간 1,693명의 순유입 인구 증가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다. 이는 정책이 어떻게 지역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영광군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2018년 전국 최초로 인구정책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결혼, 출산, 양육 전 단계에 걸친 맞춤형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주거 지원, 출산·양육비 현금 지원, 공공보육시설 확충 및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라는 3대 핵심 분야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 이는 인구 문제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삶의 구체적인 조건을 개선하는 정책적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이개호 의원은 이 성공 사례가 영광군만의 노력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지방의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정책이 지자체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제도적 인센티브 도입을 강력히 촉구한다. 성공한 지자체에 대통령 표창만 수여할 것이 아니라, 성과에 기반한 재정 지원 체계를 만들어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제도의 틀을 짜다
그의 주장은 지방정부의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고 성공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다. 현재의 시스템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 미미해 지자체의 지속적인 정책 추진 동력을 약화시킨다. 이 의원은 영광의 사례를 전국적인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제도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 지역의 성공을 넘어 국가 전체의 인구 위기 대응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시도다.
그의 정책적 상상력은 인구 유입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지역의 산업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의 설비 증대와 신흥 중동 국가들의 참여로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그는 ‘끓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와 같은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정부의 단호한 구조개편 추진을 환영하면서도, 참여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무임승차 기준의 명확화를 주문한다.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 축소, 세제 혜택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 연구개발 투자 확대 등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이는 지역구 현안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의 미래까지 아우르는 그의 넓은 정책적 시야를 보여준다. 지역의 활력은 결국 좋은 일자리와 지속가능한 산업에서 나온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아이 울음 그치지 않는 나라를 위한 고투
“인구는 정책으로 움직인다.” 이 신념은 그의 의정활동 전반을 관통한다. 특히 아이들의 건강권 문제는 그가 가장 시급하게 다루는 현안이다. 전남 지역 군 단위 의원급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곳이 15곳에 달한다. 전국 광역자치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면서, 정작 아플 때 기댈 곳 없는 농어촌의 현실을 그는 직시한다.
전체 의원 수는 2018년 대비 약 17.7% 증가하며 꾸준히 늘어나는데, 유독 소아청소년과 의원만 34개소가 감소하는 구조적 모순. 그는 낮은 수익성, 높은 민원 부담, 야간·응급 진료 부담으로 인한 전공의 기피 현상 등 복합적인 원인을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특수성을 반영한 인력, 시설, 행정 지원이라는 맞춤형 처방을 제시한다. “소아의료체계 강화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그의 말에는 다음 세대에 대한 깊은 책임감이 묻어난다.
100년의 섬, 소록도에 새로운 길을 내다
그의 시선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 온 소록도로 향한다. 1916년 한센병 전문치료기관으로 설립된 국립소록도병원은 이제 환자 수가 급감하고 평균 연령이 79.2세에 달해 본래 기능이 약화됐다. 하지만 병원 내규로 섬 전체가 통제되면서, 주민들은 고흥군민임에도 도로 관리, 상하수도, 복지 등 기본적인 행정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폐쇄 구역 증가로 섬은 유휴지화되고, 일제강점기 가옥 등 문화유산은 방치된 채 훼손되는 실정이다.
이 의원은 해법으로 ‘기능 분리’를 제안한다. 병원과 관사 구역은 환자 치료 등 본연의 의료 기능을 유지하되, 나머지 구역은 고흥군에 이관해 주민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문화·자연환경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는 소록도의 역사적 가치를 지키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상생의 모델이다. 그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태도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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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정신’ 가슴에 품고
이러한 그의 정치적 행보의 뿌리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앞두고 현충원 묘역을 참배하며 “4선 국회의원과 농식품부 장관 경험보다 ‘김대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정관 경험이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1998년 대한민국 최초의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며 국정 운영의 기본을 배웠던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김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배워 전남의 낙후를 극복하고 도민의 삶을 지키는 책무를 다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단순히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와 동력으로 삼는다. 이는 그의 정치가 단단한 철학적 기반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을 넘어 미래를 설계하다
그의 관심사는 지역 현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AI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 포럼에 참석해 “AI는 신약개발 전 과정을 바꿀 기술”이라며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을 고민하는 모습은 미래 산업에 대한 그의 통찰을 보여준다. 인도 특사 수행 경험은 그의 외교적 역량과 국제적 네트워크를 짐작하게 한다. 시민단체 NGO 모니터단이 선정한 국정감사 우수의원이라는 타이틀은 그의 성실한 의정활동을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라는 당의 핵심 보직을 역임하며 정책 역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경력과 직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결국 ‘현장’과 ‘사람’이다. 흙탕물 묻은 장화, 주민의 손을 맞잡는 온기,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이개호 의원의 정치는 바로 그곳에서 가장 빛난다. 그는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사람에게서 해법을 찾으며, 제도로서 희망을 만든다.
김태리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