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복댐 상생발전을 기원하는 기념 촬영 현장. 우측부터 구복규 군수, 김영록 전남도지사,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신정훈 국회의원.

광주광역시민의 생명수인 동복댐이 광주와 화순 사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기후 변화로 예측 불가능한 집중호우가 잦아지면서, 수문이 없는 동복댐 하류 지역 주민들의 수해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화순군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으로 ‘개폐식 수문 설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광주시는 댐의 구조적 안전성과 65만 시민의 식수 공급 중단 가능성을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단순한 시설 개선 문제를 넘어, 두 지역의 생존권이 걸린 중대 현안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1971년 완공된 동복댐은 본래 ‘저장’을 목적으로 설계된 상수원 전용 댐이다. 이 때문에 홍수 조절 기능이 있는 다목적댐과 달리, 수위 조절용 수문이 댐 상부에 위치해 사전 방류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집중호우 시 하류 지역의 침수 피해를 키우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2020년 8월 집중호우 당시에는 댐 하류 지역에서 247ha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18억 원이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하는 등 막대한 상처를 남겼다.

화순 지역 정치권은 더 이상 임시방편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형열 화순군의회 의장은 “집중호우 피해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하류 주민의 불안과 위협이 크다”며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책을 광주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류영길 부의장 역시 “광주시는 상수원 관리 주체로서 수문 설치 등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요구는 2023년 7월, 류영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폐식 수문 설치 촉구 결의안’이 군의회에서 채택되면서 공식화됐다.

광주시의 반론, “안전과 식수 공급이 최우선”

화순의 절박한 요구에 광주시는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광주시가 내세우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성’이다. 1985년 보강 공사를 거친 동복댐은 콘크리트 차수벽형 롤러다짐 콘크리트댐 방식으로, 댐 본체에 수문을 새로 뚫을 경우 구조물 전체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칫 댐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핵심 반대 이유는 ‘상수도 공급 차질’이다. 수문 설치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댐의 물을 비워야 하는데, 이 경우 동복댐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광주 동구, 북구, 서구 등 65만 시민이 장기간 단수를 겪어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문 설치는 댐 안정성과 시민들의 식수 문제를 고려할 때 절대 불가능하다”며, 대안으로 하류 하천의 제방을 보강하는 것이 침수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해묵은 갈등, 정치권으로 번지는 불씨

동복댐을 둘러싼 갈등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화순군의회는 2020년 집중호우 피해 직후 현장을 방문해 관리·운영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2021년에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수문 조절 실패 문제를 점검하는 등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다. 여기에 전남도의회까지 가세하며 갈등의 외연은 더욱 확장되는 추세다.

류기준 전남도의원은 “수문 없는 동복댐은 광주에 식수를 주지만, 화순은 매년 홍수 두려움에 시달린다”며 수문 설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또한 “2020년 46억 원의 피해를 겪고도 문제가 방치되고 있다”며, 기후재난 시대에 수문 없는 댐을 그대로 두는 것은 재난을 방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류 의원은 상수원보호구역 재설정, 폐 도수관로 정비 등과 함께 수문 설치를 상생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상생의 해법은 없는가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 노력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화순군과 전남도는 수문 설치의 기술적 가능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안전점검 용역을 공동으로 추진하자고 광주시에 제안했지만, 광주시는 “용역 추진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화순군의회가 광주시청과 시의회를 방문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려던 계획도 한차례 무산되는 등 대화의 창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수문 설치만이 유일한 해법인지, 제방 보강만으로 충분한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측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해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수문 설치와 제방 보강 외에 사전 방류 운영 규정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거나, 취수 방식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기술적 대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패키지 딜’ 형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동복댐은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과거 수몰민들의 희생과 현재를 살아가는 양 지역 주민들의 삶이 얽힌 공간이다.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소모적인 갈등을 넘어, 과학적 근거와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모두가 안전한 물길을 열어갈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