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는 ‘도로가 확장이전 부지에 편입될 경우 기부채납 총부담은 대상부지 토지면적을 기준으로 감정평가액의 10∼15%(상업지역)로 한다’는 ‘국토교통부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17절의 규정을 최대로 적용해 기부채납액을 395억원으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신세계는 행정 부시장이 직접 나서, 도시계획위원회의 재심사 결정을 뒤엎고 조건부 사업 승인과 도로 부지의 편입 등을 결정해 준 광주시의 특혜 행정의 결과조차도 수용할 수 없다며, 기부체납액 규모를 축소하고,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할 도시계획 건축 공동위원도 8월이 아니라 7월에 개최해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한마디로 물에 빠진 사람 구해놨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을 초래한 당사자가 광주시 자신이라는 점이다. 광주시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시민 편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시정을 펼쳐야 광주시가 이를 내팽개치고, 재벌의 편익을 우선하는 행정을 펼치면서, 최소한의 협상력조차 갖지 못하는 호구로 전락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사정에 따라 최대 25%까지 기부채납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은 아예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백화점이 추진하고 있는 확장이전 계획은 2018년 신세계백화점이 추진했던 계획안에 비해 치명적인 도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광주시는 마땅히 ‘지역 지상에 따라 최대 25%까지 기부채납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했어야 한다.
2018년 당시 광주시는 신세계의 확장에 따른 교통 혼잡을 해결하기 위해 터미널에서 전·일방 방향으로 약 1㎞에 달하는 지하차도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추진 중인 신세계백화점 확장 계획은 매장 규모만 현재보다 4배 이상 커지는 것이어서, 2018년 당시보다 큰 교통 혼잡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운 고가에서 사업부지까지 480m 지하도로만으로 이를 해결한다는 계획을 승인한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는 기껏해야 신세계 측의 쇼핑 편익을 높여주는 것으로, 교통 혼잡에 따른 시민 피해 대책이라고 볼 수조차 없다.
심지어 전·일방 부지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인 복합쇼핑몰 더현대가 입점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일방 부지와 광천동 일대의 신축 아파트 규모도 거의 10,000세대에 육박한다. 교통지옥이 불을 보듯 뻔한 이런 상황에서, 시 도로까지 편입시켜 주면서, 480m 도로만 개설하면 영업 면적만 4배 이상 커지는 사업계획을 이런 조건으로 승인하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강기정 시장은 지난 7월 12일, 시민사회와의 정책 토론회에서 이 일대에 심각한 교통 혼잡이 예상되며, 기껏해야 신세계백화점 고객을 위한 지하도로가 아니라 도시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도 있을 이 일대의 교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강기정 시장은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발생할 문제점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먼저 시민에게 제시하라! 실제로 직선거리로 80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두 개의 대형 쇼핑몰이 등장하면서 많은 도시 문제의 발생이 예상되고 있다. 교통 문제, 고용 문제, 빨대 효과 등에 따른 자치구 상권의 붕괴 문제, 소상공인의 피해 문제, (소비)문화의 획일화 문제 등 시가 살피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참여자치21은 기부채납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에 촉구한다. 광주시는 그동안 신세계에 베풀어왔던 특혜행정을 멈추고, 신세계 확장 이전에 따른 도시 문제, 시민 피해와 불편을 해소할 방안을 먼저 제시하라! 그리고 이에 걸맞게 기업의 책임을 요구하라! 우리는 광주시가 시민의 이익과 광주 발전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23년 7월 17일
참여자치 21
정성연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