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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구례문화원(원장 최성현)에서 펴낸 『다시 쓰는 구례 석주관전투』(정동묵‧문수현 지음)는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에 자리한 석주관성을 중심으로 정유재란 당시 목숨을 걸고 벌인 구례 사람들의 항일 투쟁사를 담고 있다. 총 5차례에 걸친 이 전투에서 구례 현민 3,500여 명과 화엄사 승병 153명이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들 구례 현민을 이끈 구례 의병장은 왕득인‧의성 부자와 이정익, 한호성, 양응록, 고정철, 오종 등 7의사다. 임진왜란 때부터 줄곧 구례를 지키던 구례 현감 이원춘이 1597년 8월 16일, 이웃 남원성전투에서 전라 병마절도사 이복남과 끝까지 싸우다 순절하자 광의면 지천리에 살던 왕득인은 구례에서도 거병할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의병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자신이 눈여겨 봐두었던 석주관으로 구례 의병 400여 명과 함께 들어가 섬진강과 인접한 외길을 타고 오르내리는 왜군과 2차례에 걸쳐 맞붙었다. 첫 번째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두 번째 전투에서는 패했다. 모두 전사했다. 1597년 9월 말쯤의 일이었다.
호남 유린하던 왜군에 전 현민 들고일어난 한 맺힌 전투
아들 왕의성은 아버지 왕득인의 전사 소식을 듣자마자 ‘복수’라는 깃발을 들고 다시 거병했다. 나이를 넘어 신의와 학문으로 서로 교류하던 구례의 5의사 역시 함께 거병해 석주관으로 모여들었다. 여기에 남원 의병장으로 호남 동부에서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을 펼치던 조경남(1570~1641) 역시 전략과 전술을 조언하고 직접 전투에도 참여하는 등 가세했다.
당시 5만7천여 명의 왜 좌군은 호남 일대를 잔인하게 짓밟고 있었다. 임진왜란 때 오로지 조선의 왕을 잡고 명나라를 침략하기 위해 부산에서 한성으로, 한성에서 평양을 거쳐 의주로 앞만 보고 달리느라 호남을 놓쳤던 왜의 태합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같은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고자 “호남을 장악하고 모든 생명을 죽이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정유재란은 오로지 호남을 짓밟기 위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구례의 석주관전투는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전 현민이 들고 일어나 왜에 항거한 보기 드문 호남의 역사다. 왕의성을 비롯한 6의사는 인근의 화엄사에까지 구원을 요청해 승군 153명에 곡식 103섬을 지원받았다.
순천 왜교성에 진주하고 있던 적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부하 시마즈 요시히로로 하여금 어떤 수를 써서라도 석주관을 탈환하라고 명령했다. 1597년 11월과 12월, 그리고 이듬해 봄(음력 3월로 추정됨)까지 시마즈는 모두 3차례에 걸쳐 대부대를 이끌고 공격해왔지만, 6의사와 구례 현민은 갖가지의 유격전으로 맞서 두 번 격퇴했고 마지막 5차 전투에서 패해 모두 지리산과 섬진강의 산하에 잠들고 말았다.
친일 매국자들 판치는 요즘, 꼭 읽어야 할 호남 의병의 역사
이번에 발간된 『다시 쓰는 구례 석주관전투』는 구례의 전투뿐만 아니라 임진왜란부터 정유재란까지 호남을 지키려던 고경명 부자의 금산전투, 황진의 웅치‧이치전투, 김시민의 1차 진주성전투, 다시 황진의 2차 진주성전투, 이복남과 이원춘의 남원성전투 등 호남을 사수하려던 호남 의병장들의 역사적 전투까지 일목요연하게 서술해 독자의 이해를 도와준다. 그뿐만 아니라 구례에 살던 이순신과 구례 현감 이원춘이 나눈 일촉즉발의 전황과 정세 이야기까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기술했다. 전문 사진작가를 동원해 작품성 있는 비주얼을 시원하게 곁들였음은 물론이다.
구례 섬진강변에 자리 잡은 석주관칠의사는 427년 전의 그 일을 지금의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는 숭고한 뜻이 머물러 있는 장소다. 특히 요즘처럼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친일 매국자들이 판을 치는 시기에 그 뜻과 행동이 더욱 빛나고 있다. 약무호남(若無湖南)이었더라면 시무국가(是無國家)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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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 속으로
“석주관은 목구멍맹키로 호영남을 잇는 중요한 군사 관문이지라이.”
“날이 어두워지자 드디어 왜군 선봉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1천여의 병력이 일시에 석주관성 좌우 골짜기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후 내내 기다리던 때가 드디어 온 것이다.
골짜기 좌우 등성이에 매복해 있던 양응록과 고정철의 군대가 일시에 화살을 날리고 바위와 통나무 들을 굴리며 함성을 질렀다. 유인책에 또 걸린 왜군은 도망치려 했지만 이번에는 산 밑에서부터 이정익 군대가 불을 내면서 퇴로를 막으니 곳곳에서 아비규환의 소리만 낭자할 뿐이었다. 칠흑 같은 밤, 양 군대는 서로 뒤엉켜 내내 싸웠다.
날이 밝자 양측의 시체로 온 산허리가 뒤덮여 있었다.”
“나, 우덜이 자라난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울 거여.
이 땅을 지키는 게 우리 가족을,
그라고 니를 지키는 거잖여.
지켜줄게.
약속할게.
나가 약속을 지키고 돌아오먼,
내 마음 받아줄래?”
- 구례 극단 ‘마을’ 연극 「살아남아야 한다」 중 ‘현식’의 대사
“이 책은 학술 논문도 아니고 사실만을 나열하는 딱딱한 자료집도 아니다. 수집 가능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석주관전투 및 칠의사 의·승병’만 미시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임진·정유란 전체에 대해 통사적으로 접근해 보았다. 인근 지역의 중요 인물과 사건을 파악하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정신 맥락과 역사적 흐름까지 짚어 보고자 했다.”
- ‘여는 글’ 중에서
“우리는 흔히 역사를 과거로만 기억한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역사는 현재로도 나타난다. 지금을 사는 우리 개개인에게 새로운 기억으로 현상(現像)되기 때문이다. 석주관성에서 구례의병과 맞붙었던 시마즈 요시히로의 후대가 메이지 유신의 한 세력으로 거듭난 뒤 현재 일본 해군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때 시마즈를 우리가 석주관에서 잡았다면, 그 뒤 일본의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과거의 역사는 현재로 이어진다.”
- ‘닫는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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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저자 소개
정동묵
대항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끝으로 서울 생활을 접고 10여 년 전 구례로 내려왔다. 여기에서도 ‘배운 도둑질’ 못 버리고 구례군청에서 발행하는 계간 <구례> 편집을 총괄하고 있다. 구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 중이다. 구례에서 출판사 <뿌리깊은나무>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문수현
순천대학교 강사와 순천대 10‧19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구례문화원 이사로, 구례의 역사와
문화, 10‧19항쟁 등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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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목차
제1장 구례에 살던 이순신(20p)
백의종군 길과 조선 수군 재건 길
구례에 살던 이순신
지리산과 섬진강과 서시천이 만들어놓은 성정(性情)
구례에 사는 사람들
제2장 임진란과 호남 상황(55p)
조선은 당파싸움, 명은 황제 태업
일본의 준비된 침공
끝내 지켜낸 호남의 북쪽 관문, 전주성
웅치·이치전투
호남의 동쪽 관문도 막았다
1차 진주성전투(진주대첩)
10대 1의 싸움 마다 않은 호남 의병장들
도요토미의 격노
9일간의 처절한 싸움, 끝내 뚫리고 만 진주성
2차 진주성전투
제3장 정유란과 호남 상황(51p)
일본 수군, 드디어 남해를 품다
칠천량해전
졌지만 이긴 전투
한 맺힌 남원성 전투
남원이 뚫리자 전주도 뚫리고
아비규환의 호남
제4장 석주관전투(76p)
도요토미의 학살극에 맞서 싸우다
임진·정유 양란의 의병들
소규모로 향리 방위의 임무를 띠다
정유란의 호남 의병들
모든 생명이 정지된 왜군의 땅, 구례
남원성전투 그 이후
화엄사의 문서 두 장으로 빛을 보다
석주관전투의 전모
호남 동부의 첫 의병 전투
왕득인의 1~2차 석주관전투
‘복수’의 깃발 치켜든 왕의성과 구례 의병들
제3차 석주관전투
화엄사 의승병의 합류로 불리한 전세 돌파
제4차 석주관전투
호남의 관문 석주관을 사수하라
제5차 석주관전투 그리고……
제5장 석주관문성(14p)
피비린내 났던 구례의 전초기지
석주관문성
제6장 7의사 선양 사업(16p)
구례 의병에 대한 조정의 홀대
200년 만에 인정받은 7의사의 공적
석주관 7의사를 추모하는 구례의 노력
원중회와 기념사업회
부록(57p)
* 석주관전투 연보
* 유관 단체장 인터뷰
* 칠의사 제명각 시(詩)와 문(文)
* 희곡
석주관을 지킨 7의사와 구례 민중의 역사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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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본 정보
ISBN 979-11-985741-1-4
발행날짜 2024년 9월 30일
쪽수 296쪽
사이즈 175*215mm(
펴낸 곳 구례문화원
만든 곳 도서 출판 뿌리깊은나무
김태리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