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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공직사회의 절반 가까이를 여성 공무원이 차지하며 외형적으로는 남녀 동수 시대를 눈앞에 뒀지만, 조직의 핵심인 5급 이상 고위직으로 향하는 길목은 여전히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위직 여성 비율은 30%의 벽을 넘지 못해,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이 견고하게 존재함을 재확인했다.
양적 성장 이면의 질적 불균형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4년 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라남도 소속 전체 공무원 21,319명 중 여성은 10,173명으로 47.7%에 달했다. 이는 남성 공무원(11,146명)과 거의 대등한 수치로, 최근 신규 임용에서 여성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는 추세를 감안하면 수년 내 성비 역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의 이면에는 심각한 질적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조직의 허리이자 관리자급인 5급 이상 공무원 현황을 살펴보면 문제는 명확해진다. 전남의 5급 이상 공무원(고위공무원 포함)은 총 1,528명이지만, 이 중 여성은 416명으로 전체의 27.2%에 그쳤다. 전체 공무원 2명 중 1명이 여성이지만, 관리직급에서는 4명 중 1명꼴로 그 수가 급감하는 것이다.
고위직으로 갈수록 두꺼워지는 '유리벽’
특히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더욱 희박해진다. 조직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직위인 3급 이상 공무원은 총 34명(고위공무원, 2급, 3급)이지만 여성은 단 4명(11.8%)에 불과했다. 시·군의 국장급에 해당하는 4급 공무원 역시 214명 중 36명(16.8%)으로, 여전히 20%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는 여성 공무원들이 실무자급에서는 조직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정작 리더의 자리에는 오르기 어려운 현실을 통계가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질적 조직 문화와 구조적 한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항아리형' 인력 구조의 원인으로 과거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와 함께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여성 인재들이 공직에 대거 진출한 역사가 비교적 짧은 데다, 여전히 출산과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경력 단절이나 승진 심사에서의 불이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충분한 역량을 갖춘 여성들이 관리자로서 성장할 기회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직 경쟁력 저하 우려… 실질적 변화 필요
고위직의 성비 불균형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를 넘어, 조직의 다양성 확보와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다양한 시각과 경험이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유능한 여성 인재들의 사기 저하와 잠재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 공무원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양성평등 조직문화를 구현하기 위한 전라남도와 각 시군의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 공정한 승진 기회 보장과 함께,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및 멘토링 프로그램 확대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내 익명의 공무원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구조는 여성비율 할당이 이루어진 후 시간이 갈수록 점차 개선되고 있다. 아직 ‘양성평등 채용목표제’가 적용되기 이전에 공무원들을 채용했던 당시에는 그런 기준이 없었다. 때문에 그 사람들이 그 비율 대로 승진했던 것 뿐” 이라는 말을 전했다.
※ 팩트체크
전남 전체 공무원 현황: 총 21,319명 중 여성 10,173명 (47.7%) (인사통계 12쪽)
전남 5급 이상 공무원 현황: 총 1,528명 중 여성 416명 (27.2%) (인사통계 20쪽, 고위공무원·2·3·4·5급 합산)
전남 3급 이상 공무원 현황: 총 34명 중 여성 4명 (11.8%) (인사통계 20쪽, 고위공무원·2·3급 합산)
자료 출처: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인사통계 (2024. 12. 31. 기준)'
강주성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