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의회 임시청사 전경

최근 조국혁신당 곡성·구례지역위원회(위원장 박웅두)가 비리 의혹에 휩싸인 곡성군의회 의원들의 사퇴와 세비 반납을 촉구하면서, 지역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부정청탁, 이해충돌, 보조금 부정 수급 등 여러 의혹이 동시에 제기된 가운데, 법적 판결이 나기 전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제9대 군의회 의원 7명 전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일당 독주 체제의 견제 부재 문제와 의회 자정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잇따라 터져 나온 의혹들 속 군의회 신뢰 ‘흔들’
조국혁신당 박웅두 위원장이 제기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A의원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법원에서 과태료 300만 원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직권남용과 금품수수 혐의로 또 다른 고소를 당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B의원은 차명으로 건설업체를 운영하며 군 발주 공사를 수주했다는, 즉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C의원은 5억 원대 국가보조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혐의로 기소돼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혁신당 측은 성명을 통해 "군민을 대표하는 군의원이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된 것은 군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사법부 최종 판단과 별개로 즉각적인 사퇴와 그간 받은 세비 반납이라는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차기 곡성 군수 후보로도 거론되는 박웅두 위원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 만큼, 이번 공세는 지역 정치 지형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 vs ‘높은 도덕성 요구’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거론된 의혹 대부분이 수사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범죄자로 단정할 수 없다. 섣부른 사퇴 요구는 여론 재판으로 흐를 수 있으며, 개인의 방어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지 않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과 정치적 책임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군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직자에게는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각종 의혹에 연루되어 수사기관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의정 활동의 신뢰성은 크게 훼손된다. 군민의 눈높이는 사법적 잣대보다 엄격할 수 있다. 의혹의 진위를 떠나, 지역 사회에 큰 물의를 빚은 것 자체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일당 독주’ 속 실종된 자정 기능
이번 사태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는 곡성군의회의 특수한 정치적 구조가 자리한다. 의원 7명 전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일당 독주’ 체제는 내부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실제로 A의원의 경우,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군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는 데 그쳤다. 솜방망이 징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지방의회법상 윤리특위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하지만 동료 의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같은 당 소속이라는 ‘온정주의’가 작동할 경우, 자정 시스템은 사실상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외부의 감시와 비판이 없다면 의회 스스로 곪아 터질 수 있음을 이번 사태는 명확히 보여준다. 조국혁신당의 공세가 비록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다 하더라도, 견제 세력 부재라는 곡성군 정치의 민낯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신뢰 회복, 곡성군의회의 선택에 달렸다
곡성군의회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개별 의원들의 의혹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어물쩍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의회 전체의 신뢰가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설 것인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과는 별개로, 군의회는 자체 윤리특위를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엄중히 심사하고 그 결과를 군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책임이 있다.

더하여 이번 의혹을 제기한 차기 곡성군수 후보 조국혁신당 곡성·구례지역위원회 박웅두 위원장은 "이러한 의혹만으로도 의원들은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며, 우선은 두 군의원은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몇몇 의원의 거취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의회가 군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곡성군의회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군민들의 싸늘한 시선이 불신을 넘어 외면으로 향할지, 아니면 신뢰 회복의 작은 불씨를 되살릴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그 무거운 책임의 시간이 지금, 곡성군의회 문 앞에 와 있다.

박웅두 위원장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같이 걸어가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