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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난지역의 무게, 숫자로 드러난 피해
배경에는 7월 중순 기록적 호우가 있다. 시간당 80㎜를 넘는 폭우가 이어지며 12개 읍·면에 걸친 누적 강우량이 크게 쌓였고 공공·사유 시설 7,600여 건의 피해가 집계됐다. 담양군은 신속한 조사와 대응으로 7월 22일 특별재난지역 우선 선포를 이끌어냈고, 복구비 1,230억 원이 최종 확정됐다. 전남도 내 시·군 가운데서도 큰 규모다. 단순 기능복구를 넘어 상습 침수 하천 개선 등 항구적 재해예방 성격의 개선복구 예산까지 포함돼 전환점이 마련됐다.
숫자가 말하는 편성의 방향
총지출은 5,784억 원, 제1회 추경 대비 3.74% 증가다. 일반회계가 205억 원, 특별회계가 3억 원 늘었다. 부서별 추진 현황을 점검해 연내 집행 가능성이 낮은 항목의 군비를 감액하고 재난·민생 등 긴급 현안으로 재배정했다. 일반회계 세출 기준으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112억 원, 농림 해양수산 36억 원, 교통·물류 19억 원을 배치했다. 환경 8억 원, 사회복지 4억 원(도 보강했다. 예비비는 12억 원 증액, 국·도비 반환 등 기타 15억 원이 반영됐다.
국비 매칭을 선제 확보한 ‘예비비’ 역할
예비비 증액의 성격은 분명하다. 군은 증액분을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국비 매칭분으로 활용하겠다고 못 박았다. 재난 복구는 시기와의 싸움이다. 국비가 내려와도 지방비 분담이 준비되지 않으면 사업은 멈춘다. 매칭 여력을 미리 만들어 둔 이번 편성은 재정의 적시성을 높이는 장치다. 복구계획이 본궤도에 오르면 도로·하천·상하수도 등 공공시설 응급 복구가 조속히 마무리되고, 산사태 위험지와 상습 침수 구간의 개선복구가 순차 착수될 수 있다. 군이 예비비를 탄력적으로 쓰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체감으로 이어지게 설계한 ‘소비쿠폰’
민생 회복을 겨냥한 소비쿠폰 사업은 속도가 생명이다. 정부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과 지역 여건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설계했고, 비수도권 거주자 3만 원, 인구감소 지역 주민 5만 원 추가 지원 구조를 갖췄다. 담양군민은 두 가지 추가 혜택 대상에 해당해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크다. 군은 성립전 예산으로 먼저 지급을 시작했고 이번 추경에 정식 반영했다. 8월 초 기준 군 전체 대상자의 91.9%에게 약 88억 원을 지급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쿠폰은 전통시장·골목상권 등 지역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어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고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다.
현장과 예산을 ‘맞물리는’ 집행
군은 야간 관광콘텐츠 ‘쓰담쓰담 야시장’ 현장에서 소비쿠폰 사용 캠페인을 벌이며 군민 참여를 독려했다. 상인회와 협업해 결제 인프라를 점검하고 사용처 안내를 강화했다. 단발 홍보를 넘어 예산 집행과 현장 마케팅을 맞물리는 방식으로, 재정 투입—소비 확대—매출 증가의 선순환을 겨냥한 시도다. 행정과 상권의 호흡이 맞아야 ‘예산의 성과’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로·환경·복지, 생활과 직결되는 보강
교통·물류 19억 원은 5개년 군도 도로건설 관리계획 수립에 들어간다. 당장 포장면만 바꾸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병목을 진단하고 안전·물류·관광 동선을 통합 설계해 중기 투자 우선순위를 고도화하려는 예산이다. 수해 복구가 끝나면 곧장 시작될 다음 국면은 예방과 체질 개선이다. 계획 단계에서부터 기후 위기 시대 강우 패턴과 재난 노선을 반영하면 향후 도로 정비·확장·배수 개선사업의 경제성과 안전성이 함께 올라간다. 환경과 복지의 보강도 생활밀착형이다. 하수처리시설 관리 대행비 증액은 집중호우 직후 반복되는 오·폐수 문제를 예방하고, 노인의 날 행사 예산은 고령화 지역의 관계 회복과 공동체성을 지지한다. 농촌 생활환경 정비는 마을 기반을 다지는 사업으로 수해 이후 일상 회복의 속도를 끌어올린다.
정철원의 리더십, 숫자와 현장에서 확인되다
정철원 군수의 기조는 이번 추경에서도 읽힌다. “세출 요구에 비해 가용 재원이 부족한 만큼 시급·필수 사업 예산을 우선 편성했다”, “증액 예비비는 특별재난 국비 매칭에 쓰겠다”, “예비비를 활용해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군민 안전에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메시지는 장식이 아니라 편성표와 현장에서 확인된다. 중앙부처와 전남도를 수차례 찾아 추가 지원을 요청해 복구비를 끌어올렸고, 그 결과 도내 최대 규모의 복구재원을 확보했다는 점은 사실로 평가할 대목이다. 수사(修辭)가 아니라 수치와 현장으로 설명하는 리더십이 이번 편성에서 드러난다.
의회 심사와 전망, 남은 과제는 ‘집행’
이번 예산안은 군의회 상임위·예결특위를 거쳐 9월 5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중대 현안 해결을 위한 긴급 예산 위주로 짜여 이견 없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이지만, 면밀한 점검과 조정은 불가피하다. 일부 사업은 집행 타당성과 효율성을 따져 과도한 예산은 삭감하고 불요불급한 항목은 조정될 수 있다. 다만 전체 증액 규모가 크지 않고 긴요한 사업 중심이라는 점에서 수정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관건은 이후다. 공사 설계·용역 발주·보조사업 정산 등 행정 절차를 따라 ‘속도·정확도·투명성’을 균형 있게 확보해야 한다. 복구 공정의 계절성, 지역별 접근성, 주민 수용성까지 감안한 미세조정이 따라야 하고, 소비쿠폰의 경우 사용처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가 과제다. 무엇보다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가 지표로 증명돼야 한다.
숫자 이상의 약속, 현장에서 완성될 때
이번 제2회 추경은 ‘위기 이후의 안정화 예산’이다. 군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복구—예방—민생의 장치를 동시에 돌리는 설계다. 재난은 눈앞의 피해를 넘어 공동체의 신뢰를 흔든다. 행정이 먼저 움직이고 재정이 뒤따르는 구조를 만들면 신뢰는 회복된다. 담양군의 5,784억 원은 숫자 이상의 약속이다. 군은 현장에서 약속을 실천하고, 의회는 타당성과 효율을 점검하며, 군민은 참여와 협조로 힘을 보탤 차례다. 의결을 지나 예산이 현장으로 흘러 들어갈 때 담양의 회복은 빨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와 방향을 잃지 않는 일이다.
김태리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