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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축제의 주제는 ‘가을만화(滿花)’다. ‘가을이 꽃으로 가득하다’라는 뜻처럼 고인돌 유적지에는 국화와 코스모스, 해바라기 등 수십만 송이의 가을꽃이 만개해 관람객을 맞이한다. 축제장은 도곡 주무대와 춘양 잔디광장으로 나뉘며, 1,980면의 임시 주차장과 그늘막, 쉼터가 새로 정비됐다. 단순한 꽃축제를 넘어, 역사·문화·자연이 공존하는 복합형 관광 공간으로 완성된 셈이다.
‘국화향연’에서 ‘세계유산 축제’로
화순의 가을꽃 축제는 2013년 화순읍 남산공원에서 열린 ‘도심 속 국화향연’이 출발점이었다. 그때만 해도 국화 조형물과 분재 전시 중심의 원예 행사였다. 이후 화순군은 2000년 유네스코가 등재한 ‘화순 고인돌 유적’의 상징성을 살려 축제의 무대를 유적지 일원으로 옮겼다. 그 변화는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라 정체성의 전환이었다.
고인돌을 배경으로 한 가을꽃 축제는 국내에서 유일하며, ‘꽃과 세계유산이 만나는 장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다. 군은 이를 바탕으로 류형 관광 기반을 강화했다.
청동기와 현대가 공존하는 체험형 프로그램
‘고인돌 가을꽃 축제’의 백미는 체험 프로그램의 다양성이다. 올해는 청동기 스토리텔링 체험이 대폭 강화됐다. 관람객은 ‘MBTI식 청동기 이름 짓기’, ‘팔주령 모형 비누 만들기’, ‘핑매바위 모양 고인돌 빵 만들기’ 등을 통해 선사시대의 문화를 유쾌하게 체험할 수 있다. 저녁 무렵에는 세계유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한 DM(Dolmen Music) 콘서트가 열린다. 발라드, 레트로, 댄스, 트롯 등 장르별 공연이 총 4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제2회 도곡 농특산물 대축제, 화순군 전국 청소년 댄스 경연대회, 제22회 화순 전국국악대제전이 함께 열려 지역 예술과 농촌 문화가 어우러진다. 공연은 관현악, 밴드, 전통예술 등 60여 회 이상이 예정되어 있어 축제 전 기간에 활력을 더한다.
입장료 환급, 지역경제 순환 구조 정착
화순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입장료 환급제’다. 방문객은 입장료 5,000원을 지불하지만, 전액을 ‘화순사랑상품권’으로 즉시 환급받는다. 이 상품권은 축제장뿐 아니라 화순 전역의 음식점, 카페,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축제에서 소비된 돈이 그대로 지역 상권으로 돌아가 경제 순환 효과를 일으키는 구조다.
이 제도는 현재 전남의 지역 축제에서는 보기 힘든 방식이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유료 입장 체계를 유지하거나 일부 할인 혜택만 제공하는 반면 화순군은 ‘입장료=지역 소비’라는 공식을 완성했다. 단순한 관광객 유치가 아니라 지역 상권과 주민이 함께 살아나는 축제 모델을 만든 것이다.
친환경 실천, 지속가능한 축제로
작년부터 화순 가을꽃 축제는 ‘친환경’을 핵심 운영 원칙으로 내세웠다. 축제장 내 모든 음식 부스에는 다회용기 사용이 의무화되며, 쓰레기 발생량을 대폭 줄이는 실험적 시도가 진행된다. 이는 단순 권장 수준을 넘어 군이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의무 조항’으로, 전남 지역 축제 가운데에서도 선도적인 사례다.
또한 재활용품 수거소, 종이컵 없는 카페존 등 자원 순환형 부스도 운영된다. 단순 관람을 넘어 머물며 체험하고, 소비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낮에는 꽃밭을 걷고, 밤에는 미디어 조명 아래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하루 체류형 관광’으로 완성됐다.
지역과 함께 피어나는 축제
올해 개막식은 10월 17일 오후 6시, 화순 하니움 공설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제44회 화순군민의 날 기념식과 함께 개최돼,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개막 공연에는 지역 예술인과 초청 가수가 무대를 꾸미며, 관람객이 다시 찾는 축제,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단순한 ‘꽃 구경’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경제와 환경이 함께 숨 쉬는 통합형 지역 축제로 자리 잡은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는 청동기 시대의 고요함과 가을의 색채, 지역 상권의 활력이 어우러져 ‘머물고, 배우고, 즐기는 축제’라는 새로운 형태를 제시하고 있다.
다시 피어나는 화순의 가을
10월의 화순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품 안에서 다시 피어난다. 가을꽃 사이로 고인돌이 솟아 있고, 그 위로 음악이 흐른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의 흔적이 오늘의 사람들 곁에 남아, 계절과 시간을 잇는다. 축제를 찾은 이들은 꽃을 보고, 음악을 듣고, 지역의 시장을 걷는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지역을 살리고, 역사를 잇는 길이 된다. ‘화순 고인돌 가을꽃 축제’는 이제 단순한 관광 행사가 아니라, 지역과 세계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유산형 축제로 평가받는다. 가을의 끝자락, 고인돌의 그림자 아래서 화순은 다시 한 번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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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