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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각 후보에 대한 응답률은 각각 이재명 37%, 윤석열 31%, 안철수 17%로 나타났다. 심지어 야권단일화 시 지지후보를 묻는 질문에서도 안철수 45%, 이재명 38%로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지난해까지 번번이 5%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기에, 잊힌 줄만 알았던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가히 역주행이라 부를만하다. 과연 22년도에 재현된 안(安)풍은 미풍에 그칠까 돌풍을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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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재결합의 반복쇼? 윤석열 지지율은 회복기
급격한 지지율 하락에 가장 마음이 급한 건 윤석열 후보다. 지난해 말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 이준석 당대표와의 갈등으로 인해, 꾸준히 이재명 후보에게 앞서 있던 여론조사 결과는 이제 없던 것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은 급한 불을 끈 모양세다. 지난 6일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 대표의 사퇴촉구 결의안을 추진했으나, 이날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예결위 회의장을 찾아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결의안을 철회했다.
국민의힘의 ‘원팀’ 퍼포먼스는 여론조사에서도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한때 10%까지 벌어졌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이번 갤럽 여론조사에서 6%까지 줄어들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하락세를 멈추고, 지지율 최저점을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회복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화해가 새로울 게 없기 때문이다. 둘은 지난해 말에도 김종인 위원장의 합류와 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 대표는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부산과 순천을 돌아다니며 윤 후보를 의도적으로 피해다녔으나 12월 3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회동 후 포옹을 하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 달 사이에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었기에 둘의 화해가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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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에 사라진 사이다, 40%의 벽에 부딪힌 이재명
유의미한 차이로 지지율 1위를 거머쥔 이재명 후보이지만 상황이 마냥 개운치만은 않다. 가족 문제와 대장동 이슈 등, 불리한 여건에서도 지지율을 역전했지만, 후보 본인의 능력보다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자책으로 만들어진 역전이란 평가가 다수를 이룬다.
더군다나 지지율 4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통령 국정운영 수행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40% 중반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30% 중반대에 머물고 있는 이 후보의 지지율은 대통령 지지율을 흡수하지 못하는 여당후보라는 인상을 준다.
또한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이러한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지난 11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한 송 대표는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송 대표는 과거에도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의식한 듯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의 차별성을 강조해 ‘이 후보도 정권교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으나, 이번 발언은 당 내부를 분열시키는 발언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 후보 본인의 ‘부정적’ 이미지도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민주당은 사망한 제보자에 대해 ‘녹취 조작 의혹’ 당사자라며 선을 그었으나, 긍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워야 하는 상황에 대선후보가 ‘죽음’이라는 단어와 연관되는 게 좋을 것은 없다.
이 씨뿐만 아니라 앞서 대장동 의혹을 둘러싸고,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인 유 씨와 개발1처장인 김 씨가 사망했으며, 기획본부장이었던 유동규 씨는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본인은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이 후보 주변에서 벌어지는 불미스런 일에 대해, 모 매체에서는 ‘이재명 공포증’이라는 단어까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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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재평가?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는 대선 구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까지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함께 5%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새해 들어서 15% 내외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결정적이었으나 대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무당층 역시 줄어들고 있어, 이 후보와 윤 후보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유권자들이 안 후보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여진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도덕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와중에, 비교적 개인사가 깨끗한 안 후보가 재평가를 받는 모양세다.
최근 여론조사 문항에서 보이는 ‘야권 단일화’가 이를 반증한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는 윤 후보보다 단일화시 더 높은 지지도를 보였으며, 양자 가상대결에서도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단일화의 명과암
단일화는 달콤한 유혹과도 같다. 단일화를 통해 두 후보가 시너지를 이룰 수도 있지만, 오히려 두 후보 지지율의 합만큼 결과가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지지율의 이면에는 지지자들의 세부적인 정치성향과 기준이 녹아있기 때문에, 오히려 단일화로 인해 이탈하는 표도 존재한다.
집권 이전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이 이를 잘 설명한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사퇴를 하면서 사실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냈는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 후보가 초 박빙인 상황에서 표를 결집시킬 것이란 기대와 달리,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가로막으며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박근혜 씨 탄핵 정국에선 압도적인 정권교체 열망에 따라 단일화 없이 집권에 성공했으나 이후 민주당은 ‘범여권·민주·진보’라는 틀에서 단일화를 거부하고 중도보수층 공략에 성공하며 7회 지방선거와 21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현재 안철수 후보를 둘러싼 단일화 여론에도 같은 비슷한 함정이 존재한다. 단일화를 하게 되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과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을 수는 있으나, 안 후보가 지니고 있던 3후보로서의 이미지가 퇴색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단일화 없이 완주하는 것에도 불안감은 존재한다.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의석을 휩쓸었으나, 합당과 재창당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국민의당은 지역적기반이 제로에 가깝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같은 탄탄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데다가, 의석수도 3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집권정당으로서 제대로 국정운영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때문에 윤석열 후보로의 단일화, 혹은 유의미한 3위 완주를 통해 차기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세력을 키우고 차차기 대통령에 도전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결국은 안 후보 역시 본인의 역량보다 양당 후보가 주는 불안감으로 인해 이득을 취한 구도다. 국민의당과 안 후보가 주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표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두 후보와 차별화되는 정책과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정치는 국민의 희망을 구현화 하는 것
각 후보에 대한 지지 이유는 제각각이다. 이재명 후보는 개인 능력 부분에서 지지자들의 기대를 받고 있으며 지지자들은 정권 재창출을 통해 민주당 정부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윤석열 후보는 개인 능력보다는 높은 정권교체 열망을 등에 업고 있다. 때문에 윤석열 후보로 정권교체가 될 거란 보장이 없으면 단일화 여론은 계속 윤 후보를 따라다닐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다른 두 후보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또한 지지자들은 의사와 기업가 이미지를 지닌 안 후보에게 새로운 유형의 대통령이 될 거란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유권자들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 대한민국,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대한민국,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 대한민국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안철수의 완주 혹은 단일화가 어떤 선택지의 변화를 가져다 줄지 많은 유권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기사에 참고한 갤럽 조사는 지난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을 통해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임창균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