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단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샤워도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여수시는 노조 측의 입장 표명 요구에 확실한 찬반 여부를 밝히지 않아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시 관계자는 “오해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일, 전국플랜트건설 여수건설지부에서 노동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9.6%가 작업을 마친 뒤 현장에서 씻지 못하고 퇴근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 93.2%는 유해 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본인이 구입한 작업복을 평균 2.5벌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응답자들은 샤워시설을 비롯한 작업복 세탁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95.2%가 집에서 작업복을 직접 세탁한다고 답변했으며 가장 큰 불편함으로 ▲가족의 위생 및 건강 피해(52.8%) ▲기름때와 퀴퀴한 냄새(26%) ▲잔존 유해물질에 대한 불안 24% 등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여수와 여수시의회, 여수 지역구 총선 후보자 등에게 ‘노동자의 샤워할 권리를 위한 샤워시설과 작업복 세탁소’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보내 입장 표명을 요구한 바 있다.

노조 측이 개최한 기자회견에 따르면 ▲여수갑 주철현 후보 ▲무소속 이용주 후보 ▲여수을 김희재 후보 ▲정의당 김진수 후보 등이 찬성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수을 무소속 권세도 후보도 노동자 공약을 발표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으며, 여수시의회 ▲문갑태 ▲주종섭 ▲박성미 ▲고용진 ▲정경철 시의원 등도 “구체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여 올해 안으로 관련 조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면 여수시는 ‘소극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관련 인물들은 물론이고 적극 찬성하는 전체적인 지역 분위기와는 달리 "2021년도 공모사업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며 "샤워장은 현재는 공간이 부족해 검토하기 어렵고, 기업별로 설치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혀,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여수 산업 단지에서 가장 위험한 바닥 공사를 해야하는 근로자들에게 샤워할 권리와 작업복 제공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시민이자 가족인 노동자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여수시가 지금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여수시 관계자는 “직무유기 및 소극 행정이라는 지적은 오해다”며 “노조 측에서 보낸 공개 질의서는 샤워 시설에 대한 찬성이냐 반대냐만 요구할 뿐이어서 구체적인 절차에 대한 답변을 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서 “조례 제정 및 관련 절차를 추진 중에 있고 4월 22일 날 노사민정협의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서 공론화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