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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공고를 통해 새로운 4년을 책임질 금고지기 선정 절차 마무리로 제1 금융 금고에 NH농협은행이 선정되어 2026년 1월부터 2029년 12월 말까지 또다시 금고 운영이 시작된다. 지난 수십 년간 장성군의 금고지기 역할을 사실상 독점해 온 NH농협은행의 지난 4년 성적표를 군민의 입장에서 꼼꼼히 따져보고, 차기 금고 선정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본다.
장성군 금고 지정 현황: '굳건한 1강' NH농협은행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지방회계법」에 따라 4년 단위로 계약(약정)을 통해 지정된다. 평가항목은 금융기관의 안정성, 주민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자체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지역사회와의 협력사업 등이다.
지난 4년간 장성군의 금고 지정 현황은 변함이 없었다. 제1금고(일반회계 및 기타특별회계)는 NH농협은행 장성군지부가, 규모가 작은 제2금고(기금) 역시 NH농협은행 장성군지부가 맡아왔다. 사실상 단일금고 체제로 운영된 셈이다. 이는 전국 군 단위 지자체의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지역에 깊숙이 뿌리내린 촘촘한 지점망과 지역 농업과의 특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시중은행이 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장성군의 한 해 예산은 약 4~5천억 원 수준. 이 거대한 자금이 4년간 한 은행에 집중된다는 것은 해당 은행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안정적인 저비용성 예금을 확보해 예대마진 수익을 창출하고, 군청 소속 공무원 및 산하 기관 직원들을 주거래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 '장성군 금고은행'이라는 공신력은 지역 내 영업 활동에 있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렇다면 그 반대급부로 장성군과 군민은 무엇을 얻었을까?
'초저금리'에서 '고금리'로… 롤러코스터 탄 이자 수익, 극대화 노력은?
금고 운용의 가장 기본적인 수익은 '이자'다. 군이 금고에 예치한 자금에 대해 은행이 지급하는 이자는 고스란히 군의 세외수입이 되어 군민을 위한 사업에 재투자된다. 지난 5년은 금리가 천당과 지옥을 오간 시기였다.
초저금리 시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0.5%까지 떨어졌다. 이때는 장성군 역시 금고에 자금을 예치해도 별다른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군의 여유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이 급감하면서 세외수입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시기다. 군 재무과 관계자는 "당시는 어느 은행에 돈을 맡겨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아, 단 0.1%라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고금리 전환 시대 (2022년~현재): 급격한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2023년에는 기준금리가 3.5%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자체에 '이자 수익 극대화'라는 기회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1,000억 원의 여유자금을 연 1% 금리로 운용하면 이자가 10억 원이지만, 4%로 운용하면 40억 원이 된다. 30억 원의 추가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관건은 장성군이 이 기회를 얼마나 잘 살렸느냐다. 금고은행인 농협은행과 얼마나 유리한 약정금리를 이끌어냈는지, 단기·장기 자금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는 MMF, MMDA나 고금리 정기예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자금을 분산 예치하는 '수익률 관리' 노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펼쳤는지가 중요하다.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장성군이 단순히 관행적으로 자금을 보통예금 계좌에 묻어둔 것은 아닌지, 금리 상승기에 금고은행과의 재협상을 통해 더 높은 이자율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투명한 정보 공개가 요구된다. 차기 금고 선정 시에는 변동금리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금운용 계획'의 구체성과 전문성을 비중 있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군민이 받은 혜택: '편리함' 그 이상을 원한다
금고은행은 군민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었을까? NH농협은행은 다음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군민들의 편의를 도왔다.
압도적인 접근성: 장성읍은 물론, 각 읍·면에 지점과 ATM이 위치해 어르신들도 쉽게 방문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다. 이는 다른 시중은행이 따라올 수 없는 농협만의 최대 강점이다.
각종 수수료 면제/감면: 장성군민이 농협은행 창구나 ATM을 이용해 지방세를 납부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면제된다. 또한 군민을 대상으로 타행 이체 수수료 등을 감면해주는 혜택도 제공한다.
전자납부 시스템: 인터넷뱅킹, 모바일 앱을 통한 지방세, 상하수도 요금 등의 간편 납부 시스템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들이 과연 '특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대부분의 금고은행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서비스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군민들이 진정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금융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보력이 부족한 지역 청년 창업가나 소상공인을 위한 저금리 특별대출 상품 출시 ▲귀농·귀촌인을 위한 맞춤형 금융 컨설팅 및 초기 정착자금 대출 우대 ▲장성군민 전용 고금리 예·적금 상품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금융상품 개발이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경제 기여와 사회공헌: '협력사업비'는 어떻게 쓰였나?
금고 지정 평가에서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지역사회와의 협력사업 계획'이다. 은행은 금고 유치의 대가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출연금(협력사업비)'을 지자체에 약속한다. 이 돈은 지역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재원이 된다.
NH농협은행 장성군지부는 지난 4년간의 약정 기간 동안 수십억 원 규모의 협력사업비를 장성군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금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지역사회에 환원되었다.
지역 대표 축제 후원: 장성군의 자랑인 '황룡강 노란꽃잔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매년 거액을 후원하며 축제 흥행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 (재)장성장학회에 꾸준히 장학기금을 기탁하여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지원했다.
농업 분야 지원: 농업이 중심인 장성군의 특성을 살려 농기계 구입 자금 저리 융자, 농산물 유통 지원, 풍수해 피해 농가 지원 등 실질적인 '농심(農心) 금융'을 실천했다.
소외계층 지원: 연말연시 이웃돕기 성금 기탁, 저소득층 학생 교복 지원, 복지시설 후원 등 따뜻한 나눔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은 금고은행의 당연한 책무이자, 지역과 상생하려는 노력의 증거다. 특히 농협은행은 '농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장성군 경제의 모세혈관까지 파고들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금고 지정으로 발생한 수익이 다시 지역 농업인과 소상공인에게 대출 등의 형태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은 다른 은행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부분이다.
차기 금고 지정을 위한 제언: '투명성'과 '실리'를 모두 잡아야
안정적인 파트너십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긴장 관계'가 없다면 발전도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사실상 수의계약'과 같은 금고 지정 방식이 과연 장성군과 군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차기 금고 선정을 앞둔 장성군은 다음의 과제들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평가 과정의 투명성 확보다. 금고지정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부터 평가 항목별 점수, 최종 결정 사유까지 군민들에게 소상히 공개해야 '깜깜이 심사' 논란을 피할 수 있다.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단독 입찰한 은행이 제출한 제안서를 엄격한 잣대로 평가해 기준 미달 시에는 유찰시킬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둘째, '군민 체감 혜택'의 구체화다.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막연한 약속 대신, '장성군민 전용 대출 상품 금리 O% 인하', '청년 창업 지원 펀드 OO억 원 조성', '65세 이상 어르신 금융사기 예방 교육 연 O회 실시' 등 수치로 검증 가능한 실질적인 제안을 요구해야 한다.
셋째, 복수금고제 확대 검토다. 현재 기금만 맡는 제2금고의 역할을 확대하거나, 공기업 특별회계 등을 분리하여 제3금고를 도입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이는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더 나은 서비스와 더 많은 협력사업비를 이끌어내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장성군의 금고는 군민 모두의 '공동 저금통'이다. 이 저금통을 누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다가오는 금고 선정 과정이 관행에 안주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군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명하고 치열한 '선택의 장'이 되기를 7만 장성군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송태주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