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첫 번째 축인 고려시멘트 건동광산을 ‘지하 데이터센터’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본궤도에 올랐다. 장성군은 지난 8월 20일 군청 상황실에서 ㈜석세스뱅크장성, LS일렉트릭㈜, LS사우타㈜와 데이터센터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김한종 장성군수와 각 기업 대표들이 참석해 사업·운영계획 수립, 구축 기술 지원, 광산의 기부채납 절차 이행에 상호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강동씨엔엘에서 폐광을 위한 광해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동력원인 데이터센터에 주어진 최대 과제는 '열 관리'다. 서버 안정성을 위협하는 발열과 막대한 에너지 소모는 정부가 지방 분산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깊이 221m, 총연장 55km의 건동광산은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하 채굴장 덕분에 냉각 비용과 탄소 배출을 동시에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견고한 암반층이 자연재해와 외부 충격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는 천연의 요새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높은 보안성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장성군의 ‘투 트랙’ 전략의 다른 한 축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속도를 더하고 있다. 바로 남면 첨단3지구에 들어서는 ‘장성 파인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23년 정부의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정책’ 발표 이후 전국에서 가장 먼저 투자협약(MOU)을 체결한 사례로, 최근 총 3,959억 원 규모의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 7번째 프로젝트로 최종 선정되어 오는 11월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라남도는 펀드 선정을 위해 모펀드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등과 총 9차례의 컨설팅을 거치며 사업성을 철저히 검증받았다. 파인디씨피에프브이㈜, 현대차증권㈜ 등 다양한 민간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사업 착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특히 이 사업은 지난 10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주관하는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지원 대상으로도 선정되어 약 412억 원의 재원을 추가 확보했다. 사업성 검증이 엄격하기로 이름난 두 개의 정책 펀드에 동시에 선정되면서 사업 추진에 강력한 탄력이 붙게 된 것이다.
26MW급 규모의 데이터센터 1기를 구축하는 이 사업은 단순히 건물 하나를 짓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센터 1층에는 약 400평 규모의 창업지원센터를 조성해 지역 기업에 공유 오피스를 제공하고, AI·클라우드 분야 전문가 양성 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센터 부지 350평에는 풋살장 등 체육시설을 만들어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등 가시적인 환원 계획도 구체화했다.
김기홍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최근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남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장성 파인데이터센터는 실질적 결실을 본 첫 사례”라며 “남이 지속가능한 AI·데이터 산업 거점으로 발전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장성군은 건동광산의 ‘지하 전환형’ 모델과 남면의 ‘지상 신축형’ 모델을 동시에 추진하며 데이터 인프라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폐광의 산업 전환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기대와 함께 절차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역사회에서는 기부채납의 조건과 공론화 과정,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한 상설 협의 구조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지난 8월 김한종 장성군수는 “건동광산 데이터센터 조성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어 뜻깊다”라며 “장성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사업인 만큼, 군과 참여 기업이 동반 성장·발전해 가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남면 데이터센터의 성공적인 착공과 지역 상생 모델은 건동광산 프로젝트가 나아갈 방향에 훌륭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속도와 투명성의 균형을 맞추고, 주민과의 상시 소통 창구를 제도화하는 노력이 더해진다면 장성판 ‘산업 전환’ 스토리는 국내에서도 드문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장성의 도전은 폐광의 어두운 그림자를 데이터의 밝은 빛으로 바꾸는 서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밋빛 약속이 아닌 검증이 가능한 데이터와 공론의 장, 그리고 절차의 정직함이다. 그 길 위에서 장성은 이미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고, 그 결과는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김수완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