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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리손으로 지키는 안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생들이 직접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사로 나선 사례다. 담양군은 지난 12월 4일 수북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학교 주변을 점검하는 '클린존(Clean Zone) 캠페인'을 추진했다.
이는 관 주도의 일방적인 계도 활동이 아닌, 학생들이 직접 생활공간을 점검하며 주체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군은 수북초 4학년 학생 12명과 함께 ‘행정-학교 협력’ 기반 안전문화운동의 일환으로 학교 주변 불법 광고물을 점검하고 불법 광고물 정비 홍보활동을 펼쳤다.
특히 “현수막을 만들지 않으면 쓰레기도 줄고 불법 설치도 막을 수 있다”는 한 학생의 당찬 제안은 실제 캠페인 방식까지 바꿨다. 군은 이 의견을 수용해 일회용 종이·천 현수막 대신 휴대용 LED 전광판을 활용, 친환경적이면서도 상징성 높은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 활동을 지켜본 한 주민은 "아이들이 먼저 나서서 동네 환경을 살피니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된다"며 "학교 주변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져 고맙다"고 말했다.
활동 후 이어진 수북면장과의 간담회는 풀뿌리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 되었다. 이날 학생들은 수북면사무소를 찾아 정선미 면장에게 지역에서 느낀 불편과 개선 아이디어를 건의하며 스스로 지역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면장은 "지역과 행정이 함께 협력해 학생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린 학생들의 작은 실천이 지역 전체에 책임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서경호 수북초 교사는 "학생들이 '안전한 마을을 함께 만드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큰 의미가 있는 활동이었다"며 "행정이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담양군은 앞으로도 학교·이장단·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주민 의견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주민참여형 안전행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군은 현재 수북초등학교 등 3곳을 불법광고물 금지구역 '클린존'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학교 주변 안전환경 개선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 또래상담으로 학교폭력 예방
물리적 안전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담양군이 최근 담빛청소년문화의집 3층 교육실에서 ‘2025년 청소년 폭력예방 또래상담 사업 평가회’를 열어 한 해 운영 성과와 현장 의견을 공유했다고 5일 전했다.
담양군 또래상담 사업은 현재 관내 13개 초·중·고교 또래상담 동아리를 운영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건전한 교우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군은 ▲폭력예방 캠페인 ▲대학생 멘토링 ▲학교 밖 또래상담 동아리(꿈Tree) 운영 ▲소진예방 프로그램 등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심리 방역에 힘써왔다.
손은아 담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청소년 폭력예방을 위한 또래상담 사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보호 체계를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겪는 고민을 가장 가까운 친구와 나누게 함으로써, 학교폭력의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담양군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담양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12월 3일 ‘2025년 전라남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안전망 운영보고대회’에서 우수 청소년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센터는 담양군복지재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9세부터 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정서 상담, 집단 프로그램, 부모교육, 학교밖청소년지원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창평고, 군수와의 만남
교육 지원의 마지막 퍼즐은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을 위한 ‘미래 비전’ 공유였다. 지난 11월 27일 창평고등학교에서는 정철원 군수가 연단에 올라 ‘청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펼쳤다.
이제 막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에게 정 군수는 행정가의 모습 이전에 인생 선배로서 다가갔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겪었던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경험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수능은 끝이 아닌 새로운 출발점이며, 실패 역시 성장의 자산”이라는 묵직한 위로와 격려를 건넸다.
특히 이날 강연은 일방적인 훈화에 그치지 않고 ‘쌍방향 소통’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청년 일자리, 진로 탐색, 환경 문제, 농업정책 등 다양한 주제로 질문을 건넸고, 이에 하나하나 답하며 눈높이를 맞췄다.
정 군수는 “이제는 정답을 찾는 시대가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드는 시대”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지역 청년을 위한 진로·성장 지원을 확대하고,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담양군의 행보는 초등학생의 ‘생활 안전’, 중·고생의 ‘정서 함양’, 수험생의 ‘진로 설계’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과정에서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의 아이디어를 캠페인에 반영하고, 수험생과 군수가 직접 문답을 주고받는 모습은 담양군 교육 정책의 지향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건강한 마음을 키우고, 뚜렷한 미래 비전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담양군의 입체적인 교육 노력이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정진욱 기자 jgnuk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