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바이오 산업 업무협약

전남 장흥이 농림축산식품부의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전남 권역) 지정에 포함되면서, 천연물 기반 바이오산업을 지역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한 제도적·산업적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 농식품부는 12월 1일 경기·강원·충남·경북·경남·전북·전남 7개 지역을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지구’로 최초 지정했다고 밝혔다. 장흥군은 전남의 핵심 거점으로 ‘천연물 전주기 표준화 허브’가 반영돼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지역 안에서 연결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린바이오’ 6대 분야…지구 지정 땐 인프라 공모·가점·특례
그린바이오산업은 미생물·천연물·식품소재·곤충·종자·동물용의약품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차세대 산업으로 평가된다. 육성지구 제도는 혁신기업의 제품화 과정을 지역 단위에서 통합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지방정부가 산·학·연·관을 묶어 기획–연구개발–실증–사업화–인력양성까지 전 주기 기업지원 체계를 갖추도록 설계됐다. 농식품부는 지난 6월 ‘지정계획’을 발표한 뒤 접수된 조성계획을 산업성, 추진역량, 정책적합성, 실현가능성 기준으로 평가해 지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지구로 지정되면 해당 권역은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바이오파운드리 등 정부 인프라 구축 공모사업 참여 자격을 부여받고, 지구 내 기업에는 각종 지원사업 평가 가점과 공유재산(지자체 소유 시설·부지) 특례 등 정책 인센티브가 연계된다. 농식품부는 분기별 실적 보고와 연 1회 성과평가를 통해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평가 결과를 다음 연도 정책에 반영할 방침도 함께 제시했다.

◇장흥 ‘천연물 전주기 표준화 허브’…시제품·실증·평가를 한 곳에서
장흥군에 따르면 ‘천연물 전주기 표준화 허브’는 장흥읍 삼산리 장흥 바이오식품산업단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허브는 천연물 소재의 시제품 개발, 실증, 품질·기능성 평가, 사업화, 기업 육성까지 산업화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천연물 산업은 원료가 ‘농산물·산림자원’이라는 특성상 산지·계절·재배방식에 따라 성분 편차가 크다. 원료의 표준화와 데이터 축적, 기능성 검증, 인증·규격 대응이 갖춰져야 건강기능식품·화장품·의약품 등 고부가 제품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이번 육성지구 지정을 통해 지역 내에서 연구·개발·평가를 ‘통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자리 잡을 예정이다. 군은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사업화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장흥군은 풍부한 천연물 자원과 연구 기반의 활용도, 사업화 가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전남 바이오진흥원과 연계해 지구 지정을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역 기업들이 외부 시설에 의존하던 연구, 개발, 평가 절차를 장흥군 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산업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준비해 온 인프라”에 제도적 날개…농가-기업 동반성장 연결이 관건
배경에는 전남의 장기 투자도 있다. 전남도는 전남이 전국 최대 천연물 자원 보고로 5,200여 종의 천연 생물자원을 보유하고, 2009년 전남 바이오진흥원 산하 천연자원연구센터를 설립·운영해 온 점을 강점으로 제시해 왔다. 또 2021년 천연물 산업 비전을 선포하고, 2022년 ‘천연물 전주기 표준화 허브 구축’ 사업을 기획해 농식품부에 제안하는 등 제도 도입 이전부터 준비를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전남도는 올해 3월 농식품부 ‘2025년 천연물 소재 전주기 표준화 허브 구축’ 공모에서 장흥이 선정돼 국비 150억 원을 확보했으며, 총 350억 원을 투입해 장흥 바이오식품 산업단지 1만6,466㎡ 부지에 지상 3층 규모의 원재료·원료 표준화 연구동, 생물 검정 연구동 등을 갖춘 센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전남도는 이 사업을 통해 산업화 우선 소재 76종 이상을 확보하고, 건강기능식품·천연물 화장품·천연물 의약품 등 ‘산업화 100건’ 목표를 제시했다. 천연물 산업의 부가가치와 관련해 전남도는 “흑하랑 상추” 사례를 들어 원물은 일반상추 대비 8배, 가공 후 최종 추출물은 1차산업 대비 50배 수준의 수익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매출 8,400억·고용 6,000명 목표… ‘그린바이오’로 지역경제 견인
전남도는 허브 구축을 계기로 수혜기업 매출 확대와 신규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노리고 있다. 도는 건강기능식품 65건, 천연물 화장품 30건, 천연물 의약품 5건 등 산업화 100건 목표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수혜기업 매출 8,400억 원과 신규 고용 6,000명 창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바이오진흥원도 최근 표준화 허브를 ‘그린바이오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며 민·관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진흥원은 11월 24일 전남개발공사와 표준화 허브 조성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허브에 시범 재배 테스트베드와 계약재배·분석·검증을 연계한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장흥을 포함해 나주·순천·곡성 권역을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상하고, 나주 지역에는 초기 기업을 육성하는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조성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김성 장흥군수는 “천연물 연구 역량과 인프라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천연물 중심의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과제는 ‘지정 이후의 실효성’이다. 기업이 실제로 활용할 장비·실증·인증 프로그램을 얼마나 촘촘히 설계하고, 원료 수급과 품질 표준, 데이터베이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성공의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행정·연구기관·기업·농가가 한 몸처럼 움직일 때, 장흥의 천연물이 ‘지역의 자원’에서 ‘지역의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원료의 지속가능한 공급과 품질관리 원칙을 확립해 ‘확대’와 ‘보전’의 균형을 잡는 노력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