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부당면제 ‘140건’ 서구청, 삭제청탁 ‘파장’

사회
과태료 부당면제 ‘140건’ 서구청, 삭제청탁 ‘파장’
공직사회내 지위고하 막론
만연하게 이뤄진 부당행위
자체감사 결과에 지역민 공직사회 불신 깊어져만가
서구청, “행정신뢰 회복하는데 혼신의 힘 다할 것”
  • 입력 : 2021. 01.05(화) 14:15
  • 유우현·윤석민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광주시의 ‘청렴도 전국 꼴찌’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서구청 불법 주정차 단속 자료 삭제 청탁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위직 공무원과 구의원들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무너진 공직기강과 바닥 친 행정 신뢰를 회복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광역시 서구청(구청장 서대석)은 지난 23일 구청 상황실에서 불법 주정차 단속 자료 삭제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구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11월 18일까지 관련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면제된 건수는 모두 228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8건은 합당한 사유가 있었으나 나머지 140건은 합당한 이유 없이 부당하게 과태료 부과가 면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 서구청 내 도덕불감증 광범위하게 퍼져

서구청 내 공직 사회의 부당행위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만연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112건은 과장급(5급) 간부 공무원부터 공무직·기간제 공무원까지 현직 공무원 80명이 단속을 무마한 사례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론 5급 공무원 8명(10건)을 비롯해 6급 이하 60명(82건), 공무직·기간제 16명(20건) 등이다. 국장급(4급) 퇴직자를 포함한 퇴직 공무원 14명도 18건이나 면제받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직 구의원 2명도 3건을 부당하게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과태료 면제가 일회에 그치지 않은 것이다. 구의원은 지방의회의원에서도 기초의회 의원으로 분류된다. 지방의회의원의 청렴 의무는 지방자치 제도에 관한 기본 법인 지방자치법 36조 2항에서 정의하고 있다. 2항은 다음과 같다. ‘지방의회의원은 청렴의 의무를 지며,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구의원을 향한 청렴 의무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서구 의원들, “나는 모른다”

청탁을 한 구의원 2인 추적에 나서자 돌아온 답변은 “나는 모른다”가 대다수였다. 심지어 보지 기자가 서구 의회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문제의 구의원 2인 중 한 의원은 통화에서 자신은 해당 구의원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또 다른 구의원은 여러 번의 통화 시도에도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의회 관계자는 해당 구의원 2인은 박 모의원과 전 모의원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김태영 서구의회 의장은 “최근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에 대해 의장으로서 임시회에서 사과했다"라며 “이번 일로 우리 의회에서도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입장을 모았다"라고 밝혔다.


▶ 지역민, “믿었던 도끼에 발등”

사건을 보는 지역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한 구민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다"라고 밝혔다. “공직에 몸담고 있어 다른 어떤 직종보다 청렴해야 할 공무원들 사이에서 부당행위가 만연하게 있었다는 것이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구민은 “얼마 전 우리 시가 공공기관 청렴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시에 이어 서구청의 직접적인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느끼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국민의 봉사자로 존경하던 공무원에 대한 불신감도 생긴다"라고 밝혔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과거 면 또 모를까 오늘날에도 청탁이 오가는지 미처 몰랐다"라며 “불법 주정차 단속에 적극적인 서구청의 모습에 다소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우리 구청이 일 잘하고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었다"라며 서구청을 꼬집었다.


▶ 서 구청장,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

서대석 서구청장은 현행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며 사과했다. 서 구청장은 “주정차 업무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일을 거울 삼아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행정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국무조정실 감사 결과가 두 달여 정도 걸릴 예정으로 감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과태료를 면제해준 담당자는 물론 과태료 면제 혜택을 받은 현직 공무원에 대해 인사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발 방지대책 또한 내놨다. 공무직 공무원 3명이 담당하는 단속 자료 현행 검수인력을 공무원 1명, 공무직 2명으로 재배치해 관리 감독을 강화했다. 과태료를 면제할 경우 부서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고 아울러 분기별 1회 과태료 부과 관련 직원 교육도 병행한다. 자체 감사결과 공개와 함께문제로 지적된 시스템 정비도 약속했다. 기존에 업무 편의를 위해 불법주정차 과태료 면제권한을 교통지도과 11명에 부여했던 것을 공무원 1명이 총괄하기로 했다.
유우현·윤석민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