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뿌리였다. 지난 2018 지방선거에서 전남에 몇몇 지역구 기초단체장 자리에 민주당 후보가 아닌 타 정당 및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어 눈길을 끌었다. 정당 지지율이 크게 작용하는 광역단체장 선거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정당바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내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및 공천 심사와 관련한 기준에 지역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2일 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방선거와 관련한 경선 가산 및 감산 기준을 개정했다.

당헌 제 12장 100조 3항은 “감산 기준과 관련해 경선 불복 경력자와 탈당 경력자, 제명 처분을 받은 징계 경력자는 제99조 및 제100조제1항의 적용 없이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100분의 25를 감산한다. 당원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징계 경력자는 100분의 15를 감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제10호 제 35조는 경선 불복자와 탈당 경력자는 심사 결과의 10%를 감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천 심사 과정에선 평가 하위 20%에 대해선 20%를 감산키로 했다. 법령으로 당원가입을 금지하고 있는 직업상의 이유로 탈당한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도 두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4년 이내 탈당자’를 ‘최근 10년 이내’로 강화한데 이어 ‘합당으로 인한 자동 복당자’에게도 감산을 적용하는 등 탈당 경력자에 대한 페널티를 강화했다. 광주·전남지역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들 중에서 이를 적용할 경우 감산 대상자는 상당수에 이른다. 광주의 경우 지난 2014년 탈당 경력이 있는 이용섭 광주시장이 해당되며, 전남의 경우 2018년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권오봉 여수시장과 박우량 신안군수, 2014년에 탈당한 이력이 있는 김준성 영광군수, 2016년에 탈당했던 명현관 해남군수 등 4명이 해당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와 전남지역 기초단체장 도전에 나서는 일부 입지자들 상당수도 과거 탈당 전력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출마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탈당 전력자들이 상당수인 것은 호남에 ‘안철수 바람’이 불 때 민주당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으로 옮겼다가 다시 민주당으로 복당한 정치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당의 요구로 복당한 경우 최고위원회 의결로 감산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당헌 101조)에 따라 이용섭 광주시장과 명현관 해남군수 등은 이 조항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공천장을 잡으려는 지역 정치인들의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지방선거 특성상 일부 지역에서는 무소속 혹은 타 정당 후보들의 선전도 예상된다.

장흥군청 전경

먼저 장흥군의 무소속 정종순 군수.

정 군수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병동 후보를 제쳤다. 앞서 김인규(3·4회)·김성(6회) 전 장흥군수도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로 당선되기도 했다. 따라서 장흥은 무소속 정종순 현 군수의 강고한 수성전략에 맞서 과연 민주당의 후보가 텃밭에서 어느 정도 파괴력을 갖추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흥군청 전경

다음으로 민주평화당의 송귀근 고흥군수.

송 군수는 각종 사업들의 성과를 맺고 마무리하기에 4년이라는 시간은 부족하다고 판단, 재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는 민주평화당이 없어지면서 지난 선거와 달리 무소속으로 나서 현직 프리미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성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남 고흥군수 선거는 무소속 현 송귀근 군수에 도전할 더불어민주당 소속 입지자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 회자되고 있는 ‘송귀근 고흥군수와 정종순 장흥군수의 복당이 함께 거론 됐지만 해당 지역구 출신인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전남도당 위원장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송귀근 군수는 민주당 입당 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고, 정종순 군수도 지난해 복당을 희망했지만 한 차례 보류되면서 자신이 복당 신청을 철회해 역시 복당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남군청 전경

세 번째, 인재 영입으로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한 명현관 해남군수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에 입당한 명 군수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평화당 후보로 기초단체장에 도전해 군수에 당선됐다.

하지만 명 군수는 지난 20년 10월 민주평화당을 탈당하였고 그 후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명 군수의 더불어민주당 복당은 탈당 경력자에 적용되는 25% 감점도 배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재영입을 위한 민주당의 요구에 의해 이뤄진 이른바 '특별복당허용' 형태를 취해, 향후 공천심사 등에서 과거 탈당 이력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장성군청 전경

마지막으로 장성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유두석 군수.

그는 2006년 장성군수 보궐선거를 앞두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2006년 35대 군수에 당선된 이후 무소속으로 2014년 38대에 이어 2018년 39대 군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무소속 3선' 유두석 전남 장성군수가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선언했다.

전남지역 정가에 따르면 유 군수는 지난 3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에 복당 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25일에는 당원자격심사위를 통해 복당이 허용되었고 그 후 도당운영위원회와 중앙당 최고위원회 추인을 거쳐 최종 입당이 확정되었다.

유두석 군수는 탈당 경력자에 대한 페널티에서 탈당하여 10년 후 복당하였기에 탈당 경력자에 적용되는 25% 감점에는 해당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탈당 경력자에 대한 페널티 강화는 대선을 앞두고 또 한 차례 개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렇게 지난 2018 지방선거에서 무소속과 타 정당 소속 후보들이 선전한 가운데 최근에는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운동 역사 왜곡에 사죄하고 5·18 추모제에 초청을 받는 등 5·18로 상징되는 호남 공략에 공을 들이면서 민주당이 호남의 민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심이 떠나면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반드시 뒤따른다. 민주당이 제대로 된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호남마저 등 돌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호남에서도 맹목적 지지는 없다. 호남 민심을 잡지 못하면 대선 승리는 장담하지 못할뿐더러 지방선거도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