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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김준호 화백 60년 작업 세계를 돌아보는 ‘원로작가 초대전 김준호 화업 60년’ 전시회가 2019년 나주시의 초청을 받아 고향에서 개인전시회를 가졌다.
1970년대 중반부터 근작까지 자신의 대표작 24점 풍경화와 정물화, 인물화 등을 포함해 새롭게 작업한 4월의 나주 풍경 작품도 선보였다. 전시작 중 콩테로 세밀하게 드로잉 한 ‘500년 금강송’ 등의 작품에선 작가의 만만찮은 내공이 느껴지며 1000호가 넘는 금강산 풍경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나주 출신인 그는 광주사범학교에 들어가 미술을 공부한 김 화백은 교사가 됐지만 “남들보다 뒤늦게 붓을 잡았다는 생각에 온통 그림에 마음이 가 있었고 결국 그림에 매진하기 위해 교사직을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13년 교직 생활과 입시 학원 운영을 제외하고 줄곧 전업작가로 활동해온 그에게 그림 작업과 생활을 병행하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었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려 했다.
갑자기 찾아온 병마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교사, 미술학원 운영 등 교육자의 길을 걷던 중 시련이 찾아온다. 지난 1986년 대장암 진단을 받았던 것. 학원 운영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서 발을 내디뎠다.
그의 열정은 ‘사진을 보고 그리는 그림이 아닌, 작가의 눈으로 현장을 바라본 그 느낌을 화폭에 담아내자’는 신념에서 비롯된다.
눈으로 직접 보면 자연에서 색깔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대상물이 갖고 있는 인상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내면에서 우러나는 색깔을 취할 수 있다.
한국적 서정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현장을 쉬지 않고 파고드는 게 그의 장점이다.
무등산을 수없이 오르내리고 제주도, 울릉도, 금강산 등 전국을 돌며 현장 스케치를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의 화실 한편엔 수십 권의 스케치북이 쌓여있다.
“저는 천재적인 다른 작가들 처럼 그림을 처음부터 잘 그리지 못했어요. 드로잉만 하더라도 초기엔 마음에 들지 않아 찢은게 수천장이에요. 결국 꾸준히 그리다보니 점점 솜씨가 느는걸 느꼈어요.”
그는 누구보다도 사생을 많이 다녔다고 자부한다. 현장에 가봐야지만 소나무나 꽃이 주위 환경과 어떻게 어우러지고 장소가 가진 분위기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번은 무등산 서석대 밑에 위치한 진달래 군락지를 찾아갔는데 꽃의 상태나 날씨 등이 그가 생각한 것과 맞지 않아 4년간이나 다시 올라간 일도 있었다. ‘동백과 동박새’라는 작품은 배경 때문에 완성하는 데 3년이나 걸렸다.
김 작가는 금강산이 개방된 후 1998년 현장을 처음 밟은 지역 작가이기도 하다. 황홀한 금강산의 자태를 눈에 담기 바쁘고, 사진 촬영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그는 금강산의 이모저모를 스케치했다. ‘현장 사생’을 중요시하는 그는 어렵사리 얻은 귀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월출산을 수차례 찾아 스케치하며 단련을 했고, 힘든 여건에서 그린 현장 스케치를 바탕으로 광주에서 금강산 대작전을 열어 호응을 얻었다.
김 화백은 자신의 작업이 “한국의 서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서해의 겨울 풍경에서, 섬진강의 가을에서, 나주 금천의 봄날 모습 등 자연에서 얻어지는 서정성이 돋보이는 풍경 작품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정미’에 천착하다 보니 결국 다양한 품위를 보여주는 목련, 매화, 동백 등 ‘꽃’과 가까워졌고 그중에서도 ‘동백’은 그가 수십 년째 붙잡고 있는 화두가 됐다. 1000호가 넘는 화폭에 동백꽃을 사실적으로 그려나가는 건 6개월이 걸리는 지난한 여정이지만 그에게 끝없이 영감을 주는 소재로 인물과 동백을 함께 그려 넣은 ‘동백 아가씨’ 시리즈는 그가 앞으로 계속해 나갈 작업이기도 하다.
세밀함을 넘어 고향의 정감도 묻어난다
동백의 향연(2011년)’과 ‘모과 정물’(2018년), ‘매향(2016년)’ 작품은 섬세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4월의 나주’(2019)와 ‘무등 서설(2016)’, ‘강변(2001)’ 작품처럼 풍성한 질감으로 포근한 느낌을 준다. 그가 왜 한국적 서정성을 강조하는 화가인지를 잘 보여준다.
1977년 작부 터 현재까지 50호 이상 600호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1999년 지역 작가 중 최초로 금강산을 기행하고 그려낸 대작 ‘외금강 산도’, ‘구룡 폭포’, ‘옥류동 계곡’ 등은 백미다. 한국적 서정을 500호, 1,000호 등 대작을 그려내는 열정은 후배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박정수 편집국장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