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주 민간공항과 무안국제공항 통합을 군 공항 이전과 연계해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이 미궁에 빠졌다.

지난 2018년 민선 7기 광주시·전남도가 광주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으나 군 공항 통합이전까지 추진하면서 시·도간 입장 차가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갈등을 키웠다. 시·도는 군 공항 이전 4자 협의체도 구성했으나 의견이 충돌하면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다가 국무총리실 주관 범정부 협의체가 구성되면서 논의에 물꼬를 튼 상태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9월 중 확정·고시 예정인 정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 계획(안)’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5차 계획(2016~2020년)에선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을 무안국제공항과 광주공항 통합과 연계하겠다는 취지로 여겨질 만한 내용이 제6차 공항개발 계획안에 담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8일 전남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제6차 공항개발 종합 계획(안)을 마련하고 전국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 23일까지 마치고 관련 부처 협의, 항공정책 위원회 심의를 거쳐 9월 확정·고시를 목표로 작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마련한 제6차 공항개발 계획안을 두고 전남지역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주공항의 무안국제공항으로의 통합과 관련한 내용이 앞선 5차 계획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토부는 “확정된 계획이 아니고 의견 수렴 중”이라며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섰다.
또한 “민간공항 통합을 위해선 군 공항 이전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라는 의미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의견 수렴과 위원회 심의 과정 등을 거쳐 최종 계획이 수립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듯 정부가 광주 민간공항을 군 공항 이전과 연계해 공항개발 종합 계획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남 무안지역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추진 위원회와 이장단·번영회 등 사회단체 회원들은 19일 무안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 민간공항과 군 공항의 연계 이전' 중단을 촉구했다.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추진 위원회 등은 국토부의 종합 계획안은 "이미 결정된 민간공항 통합에서 벗어난 광주지역의 이익만을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누가 보더라도 광주전투비행장을 민간공항과 함께 무안군으로 이전하려는 기만 술책이 아닐 수 없다"라고 밝혔다.

박일상 무안공항 활성화 추진위원장은 "민간공항의 통합 시기를 확정하지 않고 군 공항 이전 사항까지 반영하겠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광주전투비행장을 민간공항과 함께 무안군에 이전하려는 기만 술책이 아닐 수 없다"라며 "지역갈등의 불씨가 되는 군 공항 이전 문제와 별개로 2021년까지 무안공항과 광주 민간공항 통합은 추진해야 한다"면서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토부 항의 방문을 이어갈 것"이라고 국토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전남도의회 김한종 의장도 “군 공항과 민간공항이 같이 함께 해서 논의하는 것은 반대한다.
군 공항 문제는 지방 지자체 문제가 아니고 중앙정부에서 논의가 되어야 하고 이에 국무총리실에서 협의체를 만들었다.”라며 “그래서 좀 강한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군 공항을 유치하려고 하는 그 지역에 주민들이나 이런 분들이 습득할 수 있는,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무안군 관계자 또한 “군 공항 이전 사업은 국방부가 국방력 강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군 공항 이전 사업은, 국방력 강화가 아닌 광주시의 소음피해와 도시 지역 발전 저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광주시 사업일 뿐”이라고 밝혔다. 또한 “무안군민을 대상으로 광주 군 공항 이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75%가 군 공항 무안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라며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지금처럼 유치 의사가 없는 후보지에 일방적으로 이전사업을 밀어붙이면 풀어낼 수 없는 문제이며, 지역 간 갈등과 분열만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획기적인 정책대안과 이전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지역 발전대책을 마련해 관심 있는 지역이 유치 신청토록 군 공항 이전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공모 방식으로 전환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전남도 역시 국토부의 공항개발 계획이 5년 단위로 수립되는 공항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임에도, 예측 가능성이나 사전 예고 없이 이전 계획과 배치되는 내용으로 짜이는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공개 반발은 삼가는 분위기다.

전남도 관계자는 “앞선 5차 계획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던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이 6차 계획안에 등장해 당황스럽다”라며 “의견 수렴 과정에서 국토부에 군 공항 이전과 민항 통합 연계는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전남도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4월 김영록 전남지사가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해당 주민의 선택권 보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라며 공모 방식의 이전을 제시했다.

김 지사는 4월 정례조회에서 “총리실이 주관하는 범정부 협의체 출범을 계기로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에 획기적이고 종합적이며 포괄적인 지원대책 마련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지사는 “주민이 수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해 공모를 통해 서로 유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5월,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차 광주를 찾은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대통령의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인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가 광주·전남의 상생 차원에서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건의했다. 특히 이전 예비후보지의 조속한 결정을 위해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한 범정부 협의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군 공항 이전사업에 국민들의 불만만 쌓여져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