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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활기 되찾은 지리산 자락
지난 주말(10월 25~26일) 구례군 광의면 지리산 피아골과 마산면 화엄사 일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피아골 입구부터 연곡사까지 이어진 도로는 단풍을 즐기려는 차량 행렬로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으며, 등산로에는 오색찬란한 등산복을 입은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왔다는 김영철(52) 씨는 "5년 전 수해 뉴스를 보며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완벽하게 복구되고 오히려 더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자연이 주는 위로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끼고 간다"고 감탄했다.
지역 상인들의 얼굴에도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피아골 인근에서 산채비빔밥 식당을 운영하는 박순자(68) 씨는 "코로나에 수해까지 겹치면서 정말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 깊었다"며 "올가을처럼 손님이 많았던 적은 근 10년 만에 처음이다. 이제야 진짜 살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구례군에 따르면 이번 단풍 절정기 주말 동안에만 약 10만 명의 인파가 구례를 찾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수해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고, 역대 최대 규모에 근접하는 수치다.
'복구'를 넘어 '재창조'로… 구례의 성공 전략
이러한 '관광 르네상스'는 단순히 시간이 흘러 얻어진 결과가 아니다. 여기에는 2020년 8월, 섬진강 범람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최악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구례군의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다.
구례군은 당시 파괴된 시설을 단순히 원상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군은 '항구적 복구와 생태적 가치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주력했다. 섬진강 제방은 더 높고 튼튼하게 보강하되, 강변에는 수변생태공원과 친환경 자전거길, 맨발 걷기길 등을 조성해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한 '치유의 공간'으로 재창조했다.
특히, 국립공원공단과 협력하여 피아골 등 주요 탐방로를 '저영향 개발 방식(LID)'으로 정비하고, 무분별한 샛길을 폐쇄하는 등 지리산의 생태계를 보존하면서 탐방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또한, '구례-e음' 스마트 관광 앱을 통해 실시간 교통 정보와 주차장 현황을 제공하고, 모바일 스탬프 투어를 도입하는 등 IT 기술을 접목한 관광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점도 주효했다.
"이제 시작이다"… '글로벌 웰니스 도시'를 향한 비상
구례군은 이번 단풍 특수를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체류형 관광'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단풍 구경에 그치는 당일치기 관광객을 넘어, 구례의 자연 속에서 머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웰니스 관광객' 유치가 최종 목표다.
이를 위해 군은 지리산정원, 온천지구, 자연드림파크 등 기존 관광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구례 웰니스 벨트'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의 '남해안 관광벨트' 계획과 맞물려 보성군과 함께 추진 중인 '웰니스 관광 특구'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김정현 구례군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가을, 구례를 찾아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이는 5년간 절치부심하며 땀 흘린 군민 모두가 함께 이뤄낸 기적"이라며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지리산이 품은 무한한 가치를 바탕으로 구례를 사계절 내내 찾고 싶은 대한민국 최고의 힐링 도시, 나아가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웰니스 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상처는 더 단단한 새살을 돋게 했다. 수해의 아픔이라는 붉은 눈물을 머금었던 지리산은, 이제 찬란한 치유의 단풍으로 사람들을 끌어안고 있다. 깊은 상처를 딛고 일어선 구례의 힘찬 날갯짓이 이제 막 시작됐다.
송태주 기자 hoahn0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