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환의 청사진, ‘K-웰니스 수도 보성’
보성군이 제시한 ‘K-웰니스 수도’ 비전의 핵심은 ‘그린-블루 융복합 벨트(Green-Blue Fusion Belt)’ 구축이다. 이는 보성의 상징인 ‘녹색(Green)’의 차(茶) 산업과 ‘푸른(Blue)’ 빛의 해양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그 중심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첫 번째 축인 ‘그린 바이오 & 웰니스’는 세계적 명성의 보성 녹차를 단순한 음료를 넘어 고부가가치 바이오 산업과 치유 콘텐츠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와 드론을 활용한 ‘스마트 다원(茶園)’을 전면 도입,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동시에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또한, 녹차의 기능성 성분(카테킨, 테아닌 등)을 활용한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프리미엄 화장품 개발을 위한 ‘그린 바이오 R&D 센터’ 유치를 추진한다. 관광 분야에서는 ‘티 테라피(Tea Therapy)’ 명상, 차훈(茶燻) 체험 등 깊이 있는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외 웰니스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두 번째 축인 ‘블루 마린 & 힐링’은 벌교 갯벌과 율포 해변을 중심으로 한 해양치유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다. 내년 완공을 앞둔 ‘율포 해양치유센터’를 거점으로, 해수·갯벌·해풍 등 해양자원을 활용한 전문 치유 프로그램을 본격 운영한다. 특히 벌교 갯벌의 생태적 가치와 문학 ‘태백산맥’의 스토리를 결합한 ‘문학-생태 융합 힐링로드’를 조성, 방문객에게 독보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군은 AI 기반의 ‘해양 기후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최적의 치유 프로그램을 개인별 맞춤으로 추천하는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AI, 보성의 심장이 되다
이번 계획의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AI 기술의 전면적 도입이다. 군은 ‘보성형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하여 관광, 교통, 농업, 복지 등 군정 전반을 스마트화한다. 관광객은 이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와 취향에 맞는 웰니스 코스를 실시간으로 추천받고, 숙박·교통·체험 프로그램을 원스톱으로 예약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내에는 수요응답형 자율주행 셔틀을 운행해 뚜벅이 여행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스마트 다원’과 ‘해양치유센터’에서 수집된 생육 및 건강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 결정과 산업 발전에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는 고령화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이 돌아와 정착할 수 있는 양질의 디지털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대와 남은 과제
지역 사회는 이번 발표에 큰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40년간 녹차 농사를 지어온 김영수(68, 보성읍) 씨는 “AI가 찻잎 따는 것까지 도와줄 세상이 온다니 믿기지 않지만, 기후 때문에 농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 도입은 환영할 일”이라며 “다만, 우리 같은 나이 든 농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군에서 세심한 교육과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 확보와 중앙정부 및 전라남도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다. 또한, 대규모 개발에 따른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 사업의 이익이 대기업이나 외지 자본이 아닌 지역 주민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비전은 보성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군민 여러분의 지혜와 역량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와서 쉬고 치유받고 싶은 도시, 보성’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녹차 수도의 명성을 넘어, 이제 보성군이 푸른 바다와 첨단 기술의 날개를 달고 ‘K-웰니스 수도’를 향한 위대한 비행을 시작했다. 인구 소멸의 위기 앞에서 던진 과감한 도전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성공 신화로 기록될 수 있을지, 전 국민의 이목이 녹색과 푸른빛이 어우러진 땅, 보성으로 집중되고 있다.
송태주 기자 hoahn01@hanmail.net
